[인터뷰] 창작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로 돌아온 가수 조권

입력 2016-04-27 16:29
'별이 빛나는 밤에'로 1년만에 뮤지컬 출연하는 가수 조권. 팍스컬쳐 제공

가수 조권(27)의 뮤지컬 데뷔는 강렬했다. 지난 2013년 그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왕에 역대 최연소 나이로 출연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7일을 그린 만큼 날카로운 갈등이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 헤롯왕은 경쾌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드라마를 이완시키는 감초 역할이다.

그는 씬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그 해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듬해 뮤지컬 ‘프리실라’의 드랙퀸(여장남자) 아담 역에선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하지만 지난해 세 번째 출연작으로 처음 주역을 맡았던 ‘체스’에선 어두운 과거를 지닌 러시아 체스 챔피언 아나톨리 역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5월 7~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창작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을 네 번째 뮤지컬로 택했다. 이문세의 ‘붉은노을’, 변진섭의 ‘숙녀에게’ 등 1980~90년대 인기 가요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인 이 작품에서 그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밴드 보컬로 성장하는 부잣집 도련님 역할을 맡았다. 그 외에 가수 홍경민, 이세준, 다나, 김바다 등이 출연한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뮤지컬 제작사 팍스컬쳐의 연습실에서 만난 조권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것은 창작 뮤지컬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앞서 3편은 모두 라이선스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창작 뮤지컬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면서 “게다가 가수로서 이미 알고 있는 가요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인데다 나처럼 가수 출신들이 많이 출연하는 것도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뮤지컬의 주요 소재가 대학가요제라 재밌게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그가 아나톨리처럼 무거운 역할을 맡아서 비판받는 것보다 헤롯왕이나 아담처럼 무대 위에서 끼를 발산시키는 캐릭터를 역할을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그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체스’의 대본을 봤을 때 솔직히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스스로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혹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예상도 들었다. 하지만 ‘조권은 한정된 캐릭터만 할 수 있다’ ‘조권은 쇼뮤지컬에나 어울린다’ 등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비록 ‘체스’ 출연은 혹평을 받았지만 내 자신이 틀을 깨고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끼가 넘치는 감초 같은 역할은 언제든 잘 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은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고 싶다. 물론 욕을 먹을 때도 있겠지만 그것도 미래를 위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토록 뮤지컬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에 경외감을 가졌던데다 실제로 배우로서 경험한 후 맛본 감동과 에너지 때문이다. 그는 “절친인 선예(원더걸스)가 김호영 선배의 팬이어서 어릴 때부터 뮤지컬을 많이 보러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면서 “배우로서 뮤지컬에 출연해 보니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콘서트보다 집중도 면에서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커튼콜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고 털어놓았다.

“가능하면 1년에 1편 정도는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연륜이 좀더 쌓이면 ‘캣츠’의 럼텀터거나 ‘헤드윅’의 헤드윅 역 등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꿈을 감추지 않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