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설치된 둑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인명피해를 낳은 사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최종적으로 인정됐다. 기상관측 이래 104년 만의 최대 규모 강수량으로 기록된 2011년 7월 27일의 폭우와 관련한 사건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11년 경기 파주시 일대의 폭우로 숨진 최모(사망 당시 67·여)씨, 최씨의 아들 김모(사망 당시 41)씨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기도와 대보건설은 1억8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최씨 등은 대보건설의 도로확장 공사 현장이 있던 계곡의 하류 550~600m 지점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2011년 7월 27일 파주시 적성면에 시간대별 337㎜의 호우가 내릴 때 급류에 휩쓸려 실종·사망했다.
당시 대보건설은 공사용 차량 진입로 확보를 위해 계곡을 가로지르는 임시도로를 건설했다. 토사를 쌓아 9.5m 높이의 둑을 쌓았고, 배수를 위해 지름 1m의 흄관 2개를 매설했다. 폭우에 따라 계곡 상류에 모인 물은 이 둑에 막혔다가, 오후 7시20분쯤 둑이 터지면서 계곡 하류의 물이 일순간 불어났다. 최씨 등의 식당 일부는 침수돼 붕괴됐다.
유족은 둑 때문에 계곡 상류에 모인 빗물이 배출되지 못했고, 갑작스럽게 쏟아져 내려 결국 인명피해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사람을 휩쓸고 갈 만한 유속 또는 유량이었는지 불분명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둑의 설치와 관리 과정에서 하자가 인정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2심인 서울고법에서 뒤집혔다. 2심은 “둑이 유실되면서 상류에 모여 있던 빗물이 하류로 갑작스럽게 내려가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불과 지름 1미터의 흄관 2개를 매설한 것만으로 배수문제가 해결될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판단도 제시됐다. 2심은 “흄관의 작동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물이 고일 경우의 수압에 의한 유실방지 대책도 전혀 수립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둑의 설치·관리상 과실로 발생한 사고로 규정하고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고 밝혔다. 통상의 예상을 깨는 폭우라는 자연력에서 비롯한 점, 신속하게 대피해 사고를 피한 사람도 있었던 점, 식당이 수해에 취약한 곳에 들어서 있던 점 등을 고려해 책임비율은 60%로 제한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둑 터지며 일순 쏟아진 계곡물… 大法 “건설사, 인명피해 배상해야”
입력 2016-04-27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