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효과 제한적,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자본유출 위험 커 신중해야”

입력 2016-04-27 12:00

유럽과 일본 등에서 도입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가 실물경기 부양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경우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져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운영 현황’ 보고서에서 기축통화국인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 소규모 개방경제인 덴마크·스웨덴·스위스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를 구분해 분석했다.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쓰면 은행이 지급준비금을 보유할수록 비용이 늘어 대출을 늘리게 되고, 실질금리도 떨어져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의 경우 미국과 달리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예대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와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제로금리 이하 수준까지 시장 금리를 떨어뜨리는 극약처방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행중인 마이너스 금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저성장·저물가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은행이 시장점유율 유지 차원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비용을 감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대출금리는 낮추면서도 예금금리를 낮추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시중에 돈을 푸는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 유럽 경제는 2013년 2분기 이후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은 또 마이너스 예금금리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의 대출재원이 부족해져 대출금리가 상승해 통화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 등 기축통화국 중앙은행 뿐 아니라 스웨덴·덴마크·스위스 등 소규모 개방경제 중앙은행들도 도입하고 있다. ECB의 양적완화로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이들 국가에서는 통화가치가 높아져 수출 부진 등의 악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한은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경우 환율 면에서는 이득을 봤지만 실물경제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스웨덴 크로나화, 덴마크 크로네화,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안정됐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는 급격한 자본유출입 변동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에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