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박왕 권혁' 실소유한 페이퍼컴퍼니에 세금 부과 정당"

입력 2016-04-27 10:30
‘선박왕’으로 불린 권혁(66) 시도그룹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자산 900억원에 대한 세금 부과와 압류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권 회장의 해외 법인이 보유한 국내 자산을 압류해 체납 세액 수천억원을 징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판사 성백현)는 권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홍콩법인 멜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멜보)가 반포세무서장과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멜보는 2006년 홍콩에서 설립된 외국법인이다. 조세회피처인 바하마국적의 오로라 멜바 홀딩(오로라)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오로라 지분 100%는 권 회장이 보유했다. 권 회장은 이 주식을 바하마국적의 라이포드에 명의 신탁했다.

권 회장은 반포·서초세무서장이 2011~2012년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등을 부과하자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세무당국은 권 회장이 멜보의 실질적 주주임을 전제로 멜보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했다. 이후 멜보 자산 897억원에 대한 세금 및 압류처분을 했다. 멜보는 “권 회장은 멜보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부과처분 등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과세처분과 압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멜보는 사실상 권 회장의 자금으로 설립됐고 멜보의 100% 주주인 오로라는 인적·물적 설비 없이 멜보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권 회장이 오로라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고, 멜보와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이를 전제로 한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무당국의 일부 압류처분은 제3자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도 “권 회장이 멜보의 과점주주에 해당하므로 멜보가 2차 납세의무자라는 판단을 유지한다”며 멜보 측 항소를 기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