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접대부입니까" A대 예비군 술자리 논란

입력 2016-04-27 10:17 수정 2016-04-27 15:36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수도권의 대학이 1학년 여학생에게만 '남자 선배들 예비군 훈련 뒤풀이에 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여학생을 접대부로 여기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모임을 주도한 학과 집행부는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이후 비난이 거세지자, 집행부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 고발은 인천의 A대학 페이스북 대나무숲(익명 고발 페이스북)에서 시작됐다. 이 학교 B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25일 이런 글을 남겼다.

'올해도 어김 없이 예비군 훈련 끝나고 여자 신입생들만 따로 불러서 예비군 술자리 같이 하라고 시키네요.. 왜 예비군 남자랑 신입생 여자만 따로 술자리를 갖게하는 걸까요? 요즘'




비난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학과 부학회장이라는 페이스북 이용자는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며 꽤 억울해했다. 그는 당시 돌린 카카오톡 공지도 공개했다.


'글 쓴 본인입니다. 저렇게 (카톡 내용을)잘라서 올리면 당연히 이상하죠. 저는 분명 참여해라가 아니고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라고 올렸고 진짜 가고싶은 사람만 받는 것이었기 때문에 갠톡(개인으로 카톡하는 것)까지 하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이 댓글로 논란은 가중됐다. '뭐지 문제인지 모르는 거 같다' '이게 접대부가 아니면 뭐라는 건가' 등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B학과 학회장과 부학회장이 각각 장문의 사과글을 남겼다.
 
'안녕하십니까 B학과 학회장 12학번 OOO입니다.

우선 이러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하여 굉장히 죄송합니다.
특히나 이번 일로 인하여 상처를 받고 불쾌감을 느꼈을수도 있는 신입생 여학우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또한 이번 일로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학과재학생들과 졸업생선배님들, 더 나아가 인천대학교 관련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로 인하여 학과뿐 아니라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하여 저 본인 스스로도 굉장히 안타깝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위에 댓글 중에 그 자리에 참여하는 것을 '접대부', '위안부'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결단코 우려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학생회의 공지전파에 있어서 그러한 의도가 아니더라도 듣는이가 불쾌했다는 것에 대하여 저희의 잘못임을 인정합니다. 또한 행사의 본래의 취지가 그렇다하지않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음을 인정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의 비판에 대하여 감사드리고 충분히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있어서 본 학과의 이러한 행사를 취소하고 다시는 학과와 학교입장에 있어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킨 점 정중히 사과드리고 가슴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B학과 14학번 부학회장을 맡고있는 △△△입니다. 제가 이번 행사에 대해 공지한 사람입니다.

어제 많은 댓글들을 보고 저희가 생각했던 행사의도와는 전혀 다른방향으로 흘러가고, 접대부니 위안부니 이런 말들로 도배되어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사건의 본질을 생각하기 보다는 그런 부분들에 대하여 해명하는데 치중하여 대처가 늦어진 것 같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우선 제가 1학년때 이 행사에 직접 참여했었고 저는 정말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자리, 재미있는 자리라고 느꼈습니다. 문제될 것이 없는 그저 선배님과의 술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1학년 신입생 여학우들에게 거리낌없이 공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지내용을 올린이유는 이 행사에 전혀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을 알리기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1학년 입장에서 강제성이 느껴졌다면 사과드립니다. 1학년 입장에서 선배가 하는 말이 무섭게 느껴졌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또한 예비군과 여자 신입생이 만난다는 것에 정서적 부분에서 신입생 남학우 여학우가 받았을 불쾌감에 대해서도 인정합니다. 이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저희가 1학년 신입생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점 반성합니다.
다음으로 현 B학과에 계신 재학생분들, 졸업생 분들께도 사과드립니다. 행사로 인해 과의 물의를 빚은 점과 과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에 대하여 저도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다른 커뮤니티에 퍼져 인천대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린 점 사과드립니다.
당연히 이번 지적으로 인하여 5월3일에 치뤄질 예정이던 예비군 뒷풀이에 신입생을 부르는 것은 취소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이 행사는 폐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저희의 행사의 의도와 많은 선 후배님들을 접대부니 위안부니 이런 말들로 단정짓지 말아주세요. 실제 많은 분들이 예비군과 여자 신입생의 술자리가 정서적으로 불쾌하셨다는 점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저희 과에서 행한 행사가 접대하는 자리가 아닌 선후배가 친목도모를 위해 모인 자리고 실제로 많은 선후배들이 친해지고 즐거워한 자리였습니다.또한 공지와는 다른점이지만 작년에 참여하고 싶은 신입생 재학생 다양한 학년이 남자여자할것 없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즐기는 자리였습니다. 절대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이상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잘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과를 사랑하는 학생으로서 진실과 어긋나서 점점 극단으로 흘러 위안부 얘기 까지 거론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제발 많은 분들이 그런식으로 몰아가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이번 일로 인해 심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있는 학생분들에게 학교이미지를 실추시킨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들을 살피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긴 사과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