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열리는 북한의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북·미의 수장들이 나란히 속내를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해와 ‘열 받아서’ 미사일을 쏜다”고 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무력으로 파괴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올해 잇단 도발이 미국에 대한 구애였지만 미국은 오히려 북한의 스토킹에 대한 행동을 고민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다음달 6일 당 대회를 열기로 확정한 북한 김 제1비서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69)씨는 지난 12~23일 북한을 방문한 뒤 26일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는 12일 평양에서 김 제1비서와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 최룡해 당 비서 등과 3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했다. 김 제1비서는 “전쟁할 마음은 없다. 그런데 외교 쪽을 통해 접근하면 미국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온다. 욱해서 미사일을 쏘고 있다”고 말했다고 후지모토씨가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전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추구해온 기존 노선의 일환으로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패키지를 감행하고 있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그동안에는 ‘좌충우돌’해온 김 제1비서 특성상 올해 잇단 도발 공세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됐었다. 또 북한이 15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기 사흘 전이었던 만큼 후지모토씨를 통해 북한의 진의를 환기시키려 했다는 해석도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이런 행동에 응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파괴’(Destroy) 가능성을 언급해 핵 도발을 빌미로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를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무기들을 활용해 북한을 분명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본토 타격 등을 거론하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에 날린 고강도 경고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인도주의적 대가를 제외하더라도 북한이 우리의 중요한 우방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고 말해 북한에 대한 물리적 타격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의 피해 우려 때문임을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끊임없이 북·미간 직접 대화를 요구해왔다. 이를 계기로 경제적 보상을 받음과 동시에 북·미 평화협정을 통해 외교적 발판도 마련한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올해 36년 만의 당 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더욱 고강도 무력 도발을 잇따라 전개했다. 여차하면 유례없이 4차 핵실험에 이어 5차 핵실험까지 연내 강행하겠다는 엄포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이에 대해 ‘한반도 긴장 완화’나 ‘비핵화’ 등 외교적 수사 대신 ‘파괴’ 등 강한 언사로 일축하면서 북한은 또 다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북한에게는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남지 않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욱해서 쏜다"는 북한, "무력 파괴" 경고한 미국...드러나는 '북핵' 도발 속내
입력 2016-04-27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