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애묘(愛犬·愛猫)가 사후(死後)에 함부로 버려지고 있다.
쓰레기봉투에 담겨 ‘최후’를 맞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를 막기 위한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지난해까지 ‘버리는 물건’을 처리하는 폐기물관리법 적용을 받아왔다.
2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지자체에 신규 등록을 할 경우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정부가 애견 동호인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반려동물이 장례를 치를 경우 반드시 동물보호법을 따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후 동물학대를 막기 위한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에 가장 앞장섰다. 농립부는 원활한 동물 장묘업 등록·운영을 위해 시설사업장 개설 때 의무적이던 폐기물시설 ‘설치승인서’를 내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따라서 동물 화장장은 폐기물시설이 아닌 일반소각시설로 새로 분류돼 다이옥신 검사대상에서 제외됐다. 다이옥신은 플라스틱 등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주로 배출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애견·애묘 사체를 쓰레기처럼 인식하고 취급하다보니 동물 장묘업도 일종의 폐기물 시설로 분류해왔다. 다만 농림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동물 장묘시설의 배출가스 관리 등은 기존 폐기물관리법을 준용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반려동물 사후처리가 한층 위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애견 등의 숫자에 비해 현저히 적은 반려동물 장례업의 진입장벽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늘어나면 동물들의 올바른 장묘문화가 뿌리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 승인을 받은 합법적 동물장묘업체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10여 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많아야 20여 곳에 불과하다. 친환경·친정서적 장례절차를 보장하는 대형 공공화장장은 한 곳도 없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위한 장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최근에는 트럭을 불법 개조한 이동식 동물 화장장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일부 동물애호가를 제외하면 야산 등에 불법 매립하거나 개별적 화장으로 반려동물의 주검이 대부분 처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와 고양이 등 연간 8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까다로운 절차와 비용 지출을 꺼리는 주인들의 손에 의해 전국 각지에서 암매장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행법상 동물사체를 산에 묻다가 적발되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국립공원 등에 공공장소에 무단으로 매장했다가는 최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반려동물과 더불어 생활하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동물들의 합법적 장례 절차에 대한 수요 역시 폭증하는 추세다.
관련업계는 1996년 6000억원 수준이던 전체 반려동물 시장이 2010년 1조8000억원으로 3배 정도 확대됐다고 추산했다. 올해는 최소한 2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진국 사례에 비춰 2020년에는 최대 6조원대 대규모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최저 20만~30만원에서부터 최고 400만원이 넘기도 한다. 반려동물 장례비용은 기본적 화장에서 시작해 운구 서비스, 유골 단지 구입, 염습, 납골당 안치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산정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이 같은 동물장례 수요의 증가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공공화장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가동이 중단된 진해화장장을 반려동물 공공화장장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이 곳에는 동물장례를 위한 화장로 2기와 장례식장, 납골당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앞서 인천지역 구·군단체장 협의회도 동물 화장시설 건립안을 이례적으로 가결한 바 있다. 협의회는 지난 2014년 ‘인천가족공원 내 반려동물화장시설 건립안’을 채택한 데 이어 인천시에 지속적으로 시설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애견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5명당 1명꼴인 1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사후 처리는 대다수 비위생적인 현실”이라며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동물보호단체 등의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애완견 등 1000만마리 볼썽 사나운 최후
입력 2016-04-27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