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위원장은 단호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설명하며 ‘반드시’ ‘결코’ ‘절대’라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기자실에 선 그의 앞에는 100여명의 기자들이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었지만, 정부의 메시지는 해운업계의 화물선주, 부실기업의 대주주, 정치권 그리고 노동조합을 향했다.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설득하고 넘어서야 할 벽들이다. 임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강한 표현으로 드러냈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제다.
“화물선주들의 지급보증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발등의 불인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은 해외의 화물선주들과 벌이고 있는 용선료(배 임대료) 협상이 관건이다. 22개국에 산재해 있는 선주들은 수십척의 화물선으로 세계 해운업계를 주물러 온 거물들이다. 임 위원장은 “선주들도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시한도 다음달 중순으로 못 박았다. 현재 시세보다 4~5배로 책정된 용선료를 낮추지 않으면 아무리 지원을 해봐야 선주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용선료를 낮추는 대신 지급보증을 해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하고 있다.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임 위원장은 “이 말을 꼭 좀 분명하게 보도해달라”며 “용선료 협상이 안되면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법정관리 뿐”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노동개혁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산업은행 소유인 대우해양조선에 대해 임 위원장은 “인력을 더 줄이고, 급여체계를 개편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추가 자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고통분담에 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정상화 동참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인력 감축 방안은 없었다.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해운·조선 이외의 경기민간업종에서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사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는 반드시 철저히 추적해 책임 추궁하겠다.”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백기를 들기 이틀 전인 지난 20일, 전 경영진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가족이 증시에서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고 공시했다. 부당거래가 의심되는 이런 사안은 금융감독원의 맡아 조사해왔다. 임 위원장은 이번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직접 조사하도록 했다. 그는 “만일 위법 사실이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뭍겠다”며 “앞으로도 기업의 대주주나 여러 이해관계인이 법규를 위반하는 도덕적 해이 사안이 있다면 반드시, 철저히 추적해 상응하는 책임을 추궁할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절대 관여해서는 안된다.”
여·야와 정부가 함께 구조조정 대책을 논의할 협의체를 만들자는 정치권의 제안에 임 위원장은 “환영한다”며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실업에 대비한 실업급여 개편(고용보험법), 근로시간 단축(근로기준법), 파견확대(파견법) 등 노동4법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해줘 실직자들의 생계안정과 신속한 재취업 지원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역할 분담은 분명히 해야한다”고 그는 선을 그었다. “여·야·정 협의체는 노동개혁 4대 입법 등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원 역할”이라며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별기업 구조조정 문제에는 절대 관여해선 안된다”고 임 위원장은 말했다.
임 위원장은 장장 1시간30분간의 마라톤 브리핑을 마치면서 “한국경제의 명운이 달린 구조조정을 사즉생(死卽生), 죽을 각오를 하고 해나가겠다”며 “이제 대우조선 채권단과 대책을 논의하러 가야한다”며 기자실을 나섰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철저히, 반드시, 절대, 결코”... 단호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입력 2016-04-26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