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박현동 국민일보 편집국장 등 45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는 시종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부터 ‘소통’을 강조하며 현안 설명보다는 민심 청취를 위한 자리임을 거듭 강조했다.
3년 만에 열린 자리인데다 4·13 총선 및 산업계 구조조정 등 현안이 많다 보니 국장단의 질문도 쏟아졌다. 행사는 예정보다 40분이나 길어진 2시간 10분 동안 쉼 없이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유승민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에서 전혀 협조를 안 해주고 계속 반대 목소리만 낸 사람도 제 사진을 걸고 마케팅을 하며 다녔다”라며 “그래도 제가 그걸 하라마라 하지 않았다. ‘친박’ 자체가 선거 마케팅에서 만들어낸 얘기”라고 말했다. 이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한 유 당선인 사무실에 박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던 걸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명예 의장을 맡았던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를 계기로 나왔던 공무원 골프 활성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허락’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공무원 골프 금지령을 부인했지만 “바빠서 칠 시간이 있겠어요?”고도 말해 공직사회가 ‘혼선’을 빚었다.
박 대통령은 “순수하게 바빠서 칠 시간이 있겠느냐고 한 얘기인데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해석될 줄 상상도 못했다”며 “공직사회에서도 자유롭게 (골프를) 해 주면 좋겠다. 내수 살리는 데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나치지 않게 하면 국민도 좋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색 재킷에 감색 바지 정장을 입은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일일이 모든 국장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경제가 어렵다보니까 요즘 경제지가 뜨고 있어요”(A경제지 편집국장), “국제 뉴스가 중요하죠”(B외국어방송 보도국장) 등 언론사별로 살갑게 인사말도 건넸다. 하늘색 재킷은 2014·2015년 한·미 정상회담 등 주요 민생·안보관련 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즐겨 입는 옷이다.
3분여간의 모두발언에서도 “이 자리가 여러 문제에 대해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적극적인 교감 의지를 드러냈다.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 대부분의 청와대 참모진도 대통령의 ‘소통 행보’를 보좌했다. 정연국 대변인의 소개에 따라 한명씩 일어나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등의 인사도 건넸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정진철 인사수석만 불참했다. 식사 메뉴는 중식, 건배는 포도주스로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박대통령, 현안 설명 보다는 민심 청취 집중
입력 2016-04-26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