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 작가 쓴 아프리카 무대 첫 멜로

입력 2016-04-26 16:19

아프리카에는 가 본적 없다는 구효서(59) 작가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냈다. 그것도 멜로 소설이다.

1987년 등단 이후 장편 20권을 썼지만 첫 멜로 소설인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해냄 출판사)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기자 간담회는)순문학 작가인데 나 멜로 썼다고 큰 소리 치는 격입니다. 다 이유가 있지요.”

멜로는 멜로디에서 연유한다. 문학은 음악성을 끌어들이기 힘든 장르인데, 문학에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멜로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느리다. 소설은 갈등구조로 짜여진다. 갈등에서는 긴장이 발생하며 긴장 속에서는 속도, 즉 페이스는 빨라진다. 구 작가는 “저는 느린 속도에서도 긴장감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그래서 글 쓰는 내내 ‘아다지오(느리게를 뜻하는 음악용어), 아다지오’를 속으로 불렀다”고 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수(수전 요한슨)는 사고로 원래의 외모와 기억을 잃고 말라위에 온 한국계 미국인 입양아다. 수는, 친구 엘린과 그녀의 연인 리 음보야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산다. 어느 날, 기억회복을 도와준다는 통설이 있는 말린 쥐를 먹고, 불현듯 과거의 기억은 살아난다. 수는 과거에 리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리와 엘린의 행복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기억 회복을 비밀로 묻어둔다. 이런 상황에서 소원이 이뤄진다는 크고 깊은 돌 구덩이 ‘은라의 눈’에 다녀오는데….

수는 한국계라지만 국적인 미국인이다. 리와 엘린도 각각 케냐인, 미국인 등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국 사람들이 아니다. 아프리카도 낯선 데 한국인이 아닌 얘기라니.

사랑 소설을 쓰면서도 이렇듯 ‘공감 인프라’가 취약한 설정을 고른 이유는 뭘까. “이순신을 그린 영화 명량이 히트 친 건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경험치의 인프라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적 감수성, 감동의 매커니즘이 통하지 않는 낯선 무대에서는 어떻게 공감이 가능할까 그걸 실험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번 소설은 작가 인생 30년에 접어든 구효서가 새롭게 당긴 활시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