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목받는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온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가 폐관을 앞두고 마지막 전시를 연다. 전시를 끝으로 플라토는 문을 닫는다. 마지막 전시의 주인공은 중국 차세대 작가 리우 웨이(44)다. ‘파노라마’라는 타이틀로 설치, 회화, 사진, 영상 등 그의 대표작 12점을 선보인다.
1999년 데뷔작 ‘참을 수 없는’과 2004년 중국 상하이 비엔날레 화제작 ‘풍경처럼’을 포함해 신작 ‘파노라마’까지 작가의 20년에 가까운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리우 웨이는 2000년대에 부상한 중국의 차세대 작가들을 대표하는 작가로 전시를 통해 중국 현대미술을 조망할 수 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성장한 2000년대 세대의 대표작가 중 하나인 리우 웨이는 1996년 항저우 중국미술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Post-Sense Sensibility’ 전시에 참여하며 전위미술 작가로 등단했다. 2005년 이후 매년 2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2011년 중국 상하이 미술관 최연소 개인전 작가로 선정됐고, 2015년 베이징 UCCA 개인전을 개최했다.
광저우 비엔날레(2002)를 시작으로 상하이(2004·2010), 베니스(2005), 난징(2005), 서울국제미디어아트(2006), 리옹(2007, 2015), 부산(2008), 샤르자(2013) 등 전 세계 다수의 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 작가는 “플라토가 폐관된다는 사실은 한 달 전쯤 알았다. 좋은 공간인데 문을 닫게 돼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구의 시각에 길들여진 중국의 이미지에 반대해 온 리우 웨이는 중국사회를 바라보는 작업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해왔다. 건축 폐기물이나 버려진 책을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도시의 불확실성을 탐구하는 한편 해체와 재구축의 작업 프로세스를 통해 파괴되는 시간과 기억들을 재배치했다.
그의 작업은 익숙하지만 낯선 재료들이 새로운 도시풍경을 만들어내고, 확장된 시간과 공간을 통해 인류 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대면하는 지식인의 콤플렉스와 자부심의 진지한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9년 ‘Post-Sense Sensibilit’ 전에서 선보였던 ‘참을 수 없는’(Hard to Restrain)을 시작으로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큰 화제가 되며 당시 신진작가였던 리우 웨이를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게 했던 ‘풍경처럼’(Looks Like a Landscape)(2004), 2011년 ‘Trilogy’ 전에서 선보였던 ‘하찮은 실수 Ⅱ’(Merely a Mistake)(2009~2013) 연작과 최근 작품인 ‘룩! 북(Look! Book)’(2014), ‘보라색 공기 2016 No.1(Purple Air 2016 No.1)’(2015~16) 등을 볼 수 있다. 로댕의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들’ 작품과 함께 신작 ‘파노라마(Panorama)(2016)도 전시된다.
“예술의 정치성이 꼭 정치적으로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리우 웨이는 반정치나 반상업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중국의 현실에 대한 비평과 풍자를 드러낸다. 동시대의 보편적인 도시화 문제를 중국 작가만의 고유한 시각과 스케일로 제시하고 있다.
플라토 미술관은 1999년 로댕갤러리로 출발해 2011년 이름을 변경한 뒤 동시대 미술현장과 소통하며 국내외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소개해왔다. 리우 웨이의 개인전 ‘리우 웨이: 파노라마(Liu Wei: Panorama)’는 4월 28일부터 8월 14일까지 열린다. 이후 플라토는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폐관하게 된다.
전시 프로그램으로는 리우 웨이와 전시를 기획한 안소연 부관장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준비되며, ‘중국의 현대미술’과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전개’ 등 중국의 현대미술을 살펴보는 ‘중국 현대미술 특강’과 상설전시 중인 로댕의 작품과 연계한 특강이 준비된다.
지난 17년간 50여 회가 넘는 국내외 작가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현상과 시각을 소개해왔던 플라토 미술관은 8월 31일 운영을 종료한다. 전시 활동은 삼성문화재단이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그동안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번 전시 관람은 무료로 진행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삼성미술관 플라토 마지막 전시 중국 작가 리우 웨이 ‘파노라마’ 무료 관람
입력 2016-04-26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