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 연극계의 ‘검열’ 파문에 맞서 젊은 연극인들이 6월부터 5개월간 공연을 올리는 프로젝트 ‘권리장전2016-검열각하’를 개최한다.
대학로 연우소극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20개 극단이 참가해 21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혜화동 5기 동인 출신의 연출가들인 극단 미인의 김수희,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부새롬, 그린피그의 윤한솔, 극단 해인의 이양구의 제안으로 처음 출발한 이번 프로젝트는 검열에 대응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6월 9~12일 드림플레이테제21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김재엽 작·연출)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극단의 작품이 올라가게 된다.
흔히 헌법 속에 규정된 인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권리장전’은 이번 프로젝트에선 법률을 통한 선언이 아닌 무대 위의 끊임없는 저항을 의미한다. 젊은 연극인들은 올해 ‘검열’을 시작으로 동시대 한국의 시민이자 예술가로서의 다양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나선다.
25일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프로젝트 발대식에서는 20개 극단 소속의 연출가와 배우, 기획자가 100명 가까이 참가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수희는 권리장전 발기문을 통해 “우리가 긴 권리장전을 시작하는 이유는 국가권력이 각자의 주권에 부당하게 침입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권력이 가하는 압력 때문에 당황하거나 동요하는 대신 다수로부터 소수의 자유에 대한 보장과 구현으로 우리 주권을 확장해 가려고 한다”며 “연극은 타인과 관계 속에 있는 인간을 주제로 다루며 극장에서 공연될 때 완전한 생명을 얻는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기관이 검열의 수단으로 지원 제도에서 특정인을 탈락시키는 만큼 이번 프로젝트는 공공 지원 없이 후원 모금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5개월간 21개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 4300만원은 소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www.tumblbug.com/projectforright)을 통해 모금하며 후원자에게는 금액에 따라 공연 티켓 등이 제공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검열에 맞선 젊은 연극인들의 저항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
입력 2016-04-26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