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주인공을 재해석해 한국형 안티 히어로를 만들었다. 뻔하지 않은 설정과 도전적인 연출.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부럽지 않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25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시사회를 열고 첫 선을 보였다. 영화는 사건 해결률 99%를 자랑하는 탐정 홍길동(이제훈)이 20년 전 원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섰다 베일에 싸인 거대 조직 광은회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늑대소년’(2012)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또 한번 장기를 발휘했다. 뛰어난 상상력과 독특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흔한 히어로 무비와 분명 느낌이 다르다. “비주얼적인 부분은 1950~60년대 미국 영화들을 참고했다”고 하지만 그걸 본인 스타일로 소화한 건 다른 영역의 능력이다.
그럼에도 초대형 기대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오는 27일 개봉)에 대항하기란 적잖은 부담이 될 테다. 두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상영기간이 겹칠 것으로 보인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다음달 4일 개봉)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보다 불과 한 주 늦게 선보인다.
조성희 감독은 “탐정 홍길동이 캡틴 아메리카만큼 화려하거나 (관객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액션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다른 구경거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이어 “우리 영화 주인공은 멋진 면보다 결함이 많고, 부도덕한 면도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우리 영화의 무기”라고 자신했다.
원톱 주연으로 나선 이제훈도 나름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캡틴 아메라카에는 많은 영웅이 등장해 각자의 이념대로 인류를 구한다”며 “하지만 홍길동은 탈이념적인 인물이다. 사악한 사람이 다행히 우리 편에 서서 더 나쁜 놈을 물리친다는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길동은) 개인적인 복수를 하면서도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이게 할리우드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중 이제훈은 불법 흥신소 활빈당 수장이자 사립탐정 홍길동 역을 소화했다. 김성균은 광은회 숨은 실세 강성일 역, 고아라는 활빈 재단 소유주 황회장 역을 맡았다. 박근형, 정성화 등 연기파 배우들과 노정의, 김하나 등 아역배우들도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머지않아 재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성희 감독은 속편 제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나 역시 속편이 나오길 기다린다”며 “007 제임스 본드 같은 개성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사라진 마을’ 편은 홍길동의 탄생과 출발이라는 의미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영화 말미에도 이런 뉘앙스가 풍긴다.
조성희 감독은 “이 영화가 잘 돼서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출연진과 다시) 같이 작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이전세대와의 잘못된 고리를 끊는다는 내용대로, 두 번째에는 큰 형, 세 번째는 아버지에 대항하는 비극적인 일가의 이야기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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