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서 사실상 반려..“용선료 협상 등 대책 구체적으로 내놔라”

입력 2016-04-25 19:02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진해운이 제출한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약(공동관리) 신청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자율협약 개시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또 채권단은 신청 내용을 검토한 결과 용선료(선박 대여료) 협상 등 세부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미흡하다며 자료를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추가 자료를 보완해 제출한 후 다른 채권금융기관들과 실무회의를 열어 한진해운이 제출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검토한 뒤 자율협약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5일 산업은행과 한진해운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들과의 채무 재조정, 자산 매각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담은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도 포함됐다. 앞서 현대상선과 유사한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한진해운의 정상화 방안에는 이달말까지 매각하기로 했던 런던 사옥을 667억원에 처분하고, 해외 터미널 지분 등도 팔아 유동성을 마련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사재를 출연하고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내려놓는 등 경영 정상화 의지를 밝힌 것에 비해 조 회장의 경우 회생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사재 출연 등 경영난에 대한 책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려면 채권단 100%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해운업과 조선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집중 논의한 뒤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관련 산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에 대비한 실업 대책과 산업은행 등을 통한 구조조정 자금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이틀 전까지 보유하던 회사 주식을 팔아치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과 두 딸의 부당거래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최 회장 등은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주식 97만7929주(지분율 0.39%)를 장내 매각해 27억원을 현금화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율협약 신청을 언제 결정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를 미리 알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미리 팔았다면 부당거래로 처벌받게 된다”고 말했다.

양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영업 기반인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리자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전문가들과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