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수용 외무상을 미국 뉴욕 유엔본부로 보내 막판 외교전을 펼쳤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 당 대회 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노동자 임금을 ‘가불’받는 등 압박하다 곳곳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내외 체면을 구긴 북한이 상황 반전용으로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초고강도 대북제재 ‘후환’이 두려워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이 외무상은 24일(현지시간) 별다른 외교적 성과 없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귀국길에 올랐다. 출국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하지 않으면 핵실험도 하지 않겠다”고 제안했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단칼에 거절했다. 정부 소식통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외무상은 일단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외교적 고립을 돌파해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여의치않자 5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만 쌓았다”고 말했다.
무리한 당 대회 준비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노동자를 송출한 중국 회사에 6개월분 임금 선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외화를 가불받아 징수할 정도로 자금 부족이 심해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통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액까지 모조리 징수한 탓에 해외 근로자들이 되레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난, 내부 사기 저하 등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의 경제 축이 무너진 북한에게 마지막 남은 타개책은 핵실험이다. 북한은 이미 태양절에 ‘무수단 미사일’을, 인민군 창건일 직전에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린만큼 남은건 핵실험 카드밖에 없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핵실험) 준비는 거의 다 돼 있으며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상태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북한이 과연 ‘스위치’를 누를까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은 지난 1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 용어를 완전히 배제한 신년사를 발표하는 ‘기만책’을 쓴 뒤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조만간 핵 실험이 있을 것”라며 언어적, 군사적 긴장 수위를 꾸준히 높여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림수를 갖고 ‘핵 카드’를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실제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7차 당 대회 직후 초고강도 대북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체제 유지가 최대 고민인 북한에게 이는 퇴로를 막는 외통수가 될 수 있어 실제 핵실험을 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슈분석]노동당 대회 열흘남짓 남은 사면초가 북한...남은 핵 카드 쓸까
입력 2016-04-25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