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멘토' 윤여준이 남경필에 간 까닭은?

입력 2016-04-25 16:20

한 때 ‘안철수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남경필 경기도지사 곁으로 간다. 정통 보수 학자 이영조 경희대 교수와 IT 전문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보수의 장자방’으로 불리는 윤 전 장관까지 남 지사의 조언그룹에 가세하면서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남경필 조기 등판론’도 힘을 받고 있다.

윤 전 장관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 지사와는 10년 넘게 교류했고 나이 차이는 나지만 격의 없이 토론하는 사이”라며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정치인이자 진화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장관과 남 지사 측에 따르면 둘은 정기적으로 공부 모임을 가져왔고, 남 지사는 윤 전 장관이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기 전부터 수차례 경기연구원 이사장 등을 제안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번번이 고사하던 윤 전 장관은 지난달 초 경기도민 평생·시민교육 온라인프로그램 ‘경기도 지무크(G-MOOC)’의 추진단장직에 공모해달라는 부탁을 다시 받았다.

윤 전 장관은 “제안을 받고 들여다보니 학자, 전문가들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이 많은 공부가 필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취업준비생처럼 자기소개서도 정말 공들여 써봤다”고 했다. 또 “도민들이 생산자인 동시에 수혜자인 교육 콘텐츠는 도민들이 뭘 원하는 지를 밑으로부터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작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밝혔다.

‘경기도 연정 실험’에 대한 평가도 제안 수락의 한 이유였다. 윤 전 장관은 “우리 국가 체계는 공화정이며, 공화정의 핵심은 권력 분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고 국회 탓만 한 것이 결국 총선에서 심판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진보 인사들조차 ‘작은 권력이지만 나눈다는 것은 인정할만 하다’고 평가하더라”고 전한 뒤 “권력에 대한 사유의식이 없이 독점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더 큰 권력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남 지사에게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총선 전에 받은 제안인데 여당 총선 참패 후 남 지사가 갑자기 관심을 받은 것일 뿐”이라며 남 지사의 제안이 내년 대선 출마 준비 차원이라는 일부 시각을 부인했다.

남 지사는 윤 전 장관 외에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경희대 이 교수를 경기연구원 이사로, 경기스타트업캠퍼스 초대 총장으로 카카오 이사회 김 의장을 선임했다. 이 교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친분도 깊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