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김종인, 광주방문…‘호남민심 못 얻으면 여전히 비상상황’ 사죄

입력 2016-04-25 16:21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광주를 방문해 “계파싸움 하지 않고 공허한 관념인 정체성에 흔들리지 않아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며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정면 겨냥했다. 자신의 당대표직 추대·출마 여부를 두고 말이 엇갈리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광주의 전기차 산업 발전을 돕겠다며 ‘호남민심’을 향해 구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5일 총선 이후 첫 지역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돌아선 호남민심에 사죄했다. 그는 간담회 자리에서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제1당이 됐다고 당의 비상상황이 해제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라며 “호남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당은 계속 비상상황”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호남에서 참패한 원인을 분석하며 친노 진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총선에서 뼛속 깊이 새겨야할 교훈은 당권이라는 계파의 욕심이 아니라 집권이라는 국민의 염원”이라며 “더민주의 변화를 위해 호남에서 계속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전 대표와 단 둘이 만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의 의미를 묻자 “말을 만들어서 사후에 한다는 건 내가 보기에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이 말을 자꾸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은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며 문 전 대표 측 인사를 공격했다.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행동 해야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며 답을 유보했다.

김 대표는 호남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기차 산업 유치’ 등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에 주목했다. 그는 지역 기자들이 총선 때 내건 ‘삼성 전기차 산업 유치’ 공약에 대해 묻자 “전기장치산업이라는 것이 광주의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기차 산업 유치를 구상 중이라고 답했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도 “(전기차 분야를) 당 중앙에서 문제를 검토해서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실무적으로 우리가 광주과기원과 협의를 계속 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 측은 ‘김종인 합의 추대론’을 두고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김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언론이 사소한 진실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