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에게 내무반 바닥에 고인 물을 핥으라고 지시하는 등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헌병대 수사관의 행동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대전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김모(53) 헌병대 수사관을 상대로 부사관 A씨(45)씨가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여 소속 헌병대장에게 김 수사관을 주의 조치하고 헌병대 모든 간부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1~9월 아무런 이유 없이 손바닥으로 병사의 뒤통수를 8차례 때렸다. 점호 때 내무반 바닥에 고인 물을 보고 한 병사에게 “네가 핥아”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신문을 제때 수령하지 못한 병사를 세워두고 10분 이상 욕설을 퍼부었고, 거수경례를 하는 병사에게는 “이 방위 새끼들 왜 경례를 그렇게 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김 수사관은 “꿀밤을 몇 대 때리거나 ‘임마’ ‘점마’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폭언이나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김 수사관의 행위가 군인은 어떤 경우에도 구타·폭언 등 사적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군인복무규율 제15조와 국방부 훈령 제1787호 제17조 및 33조, 상관은 부하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제23조 2항 등을 위반했으며 헌법에 명시된 인격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 병사들의 소대장인 A씨는 김 수사관이 수시로 병사들을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고, 고충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인 확인돼 상관에게 보고했다. 이에 따라 헌병대장이 전 간부를 상대로 인성교육 실시했지만 김 수사관의 폭언과 폭행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고인 물 핥으라고?...군대에선 아직도 이런 일이
입력 2016-04-25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