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용 방미 '허사'...북한 마지막 카드만 남았다

입력 2016-04-25 09:09
북한 이수용 외무상(붉은 원 안)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YTN 캡처

5차 핵실험 전 막판 외교전을 폈던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변변한 성과 없이 빈손으로 미국 뉴욕을 떠났다. 이번 방미로 북한의 고립된 외교적 처지를 재확인하는 데 그쳐 북한의 다음 수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외무상은 24일(현지시간) 오전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이후 행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입국 시와 마찬가지로 언론을 따돌린 채 출국했다.

이 외무상은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 등의 발언을 내놓았다. 또 앞선 23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대해서도 한·미 함동군사훈련 수위가 최고 수준이어서 북한도 극단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독일 하노버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면 진지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일축했다.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진지한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결국 이 외무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등과 면담을 갖지 못한 채 쓸쓸히 귀국했다. 막판 외교전에 실패한 북한의 다음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반도에서 국지적 도발을 벌이거나 추가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사용한 상태여서 실효성이 없는 만큼 사실상 추가 핵실험밖에 남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연내 두 차례 핵실험이라는 유례없는 도발을 감행하는 셈이어서 초고강도 대북제재 및 경제적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체제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게 뻔한 상황에서 북한 수뇌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