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잠깐 멈춰설 여유 조차 없는 우리”

입력 2016-04-25 00:01 수정 2016-04-25 00:01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때때로 다니는 북한산 둘레길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걸린 시 게시판이 하나 서 있다"라고 소개했다.
 문 전 대표는 "내가 다니는 둘레길 구간에 하나뿐인 시 게시판이다"라며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산행길에 읽으면 딱 좋음직한 짧고 쉬운 시여서, 볼 때마다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그런데 오며 가며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는데도 멈춰서서 찬찬히 읽어보고 지나가는 사람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라며 "거의 대부분 눈길조차 주지 않은채 지나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휴일 산행길조차 바삐 걷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시 게시판을 보지 못하거나 잠깐 멈춰설 여유가 없는 탓이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와 둘레길을 만든 사람들이 등산객을 위해 세워둔 시 게시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쓸쓸해할 것만 같다"라며 "거기 걸려 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올린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산 등산로 어느 모퉁이에서 본다고 상상하면서 읽어보길 바라면서..."라고 했다.

- 이해인
늘 그렇게
고요하고 든든한
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오.

기쁠 때나 슬플 때
나의 삶이 메마르고
참을성이 부족할 때
오해받은 일이 억울하여
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나는 창을 열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름만 불러도 희망이 생기고
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되는 산
그 푸른 침묵 속에
기도로 열리는 오늘입니다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