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명훈,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 서울시향 지휘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오는 8월 18~19일 롯데콘서트홀의 개관공연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정 전 감독은 롯데콘서트홀이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동으로 작곡가 진은숙에게 위촉한 창작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의 세계 초연을 이끌 예정이다.

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을 지휘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송년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 이후 약 8개월만이다. 정 전 감독은 개관공연 이후 8월 29, 31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의 공연도 지휘할 예정이다.

복수의 클래식 관계자들은 24일 “롯데콘서트홀이 최근 정 전 감독의 소속사인 아스코나스 홀트를 통해 개관공연 지휘를 의뢰했고, 정 전 감독 역시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롯데콘서트홀의 한광규 신임 대표는 “롯데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건립한 롯데콘서트홀의 개관에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정 전 감독의 지휘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에서도 주요 콘서트홀이 개관할 때는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세우는 게 관행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도쿄 산토리홀의 경우 일본 출신의 세계적 거장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86년 개관 콘서트에 섰다. 다만 롯데콘서트홀처럼 전속 오케스트라가 없는 산토리홀의 경우 자국 오케스트라 대신 권위있는 해외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을 초청했다.

롯데콘서트홀은 이미 3년 전 진은숙에게 관현악 작품을 위촉하고 이것을 정 전 감독과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2월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파문으로 시작된 ‘서울시향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정 전 감독이 지난해를 끝으로 서울시향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 잠시 대체 지휘자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진은숙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최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개관 4개월을 앞두고 정 전 감독으로 최종 결정됐다.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 사태 이후 일반 국민 사이에서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클래식계 내부는 물론 팬들 사이에선 여전히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에서 8개월만에 지휘봉을 다시 잡기는 하지만 서울시향 복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지휘자와 연주자, 작품의 결정은 롯데콘서트홀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롯데 콘서트홀이 서울에서 28년만에 문을 여는 대규모 클래식 전용홀이라는 점에서 정 전 감독이 큰 의미를 두고 개관공연 지휘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우선 5월 18일 부지휘자인 최수열 지휘로 롯데콘서트홀의 테스트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향 사태는 정 전 감독과 박 전 대표의 무고와 명예훼손 등의 소송전으로 번진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에서 수사가 진행중이다. 정 전 감독 측 관계자는 “정 전 감독님은 변호인(법무법인 지평)을 통해 현재 서울시향 사태를 수사중인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지 출석하겠다는 뜻을 이미 전했다”면서 “정 전 감독님이 수사를 피한다는 억측과 악의적인 소문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미 검찰에도 500페이지가 넘는 각종 자료들을 전달했으며 직접 출석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 감독님은 서울시향을 그만두신 후 해외 오케스트라 2곳 정도에서 예술감독 제안도 받았지만 이제 음악 외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는 싫다며 거절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