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당권 논란이 경선을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직접 경선의 불가피성과 불출마를 제안했고, 김 대표도 경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이 회동 이후 서로 다른 주장을 이어가면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金·文 “합의추대 어렵다”=문 전 대표 측과 김 대표 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당내 ‘김종인 합의추대론’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2일 만찬 회동 내용의 본질은 현 상황에서 김 대표의 합의추대는 안되고, (김 대표도) ‘나는 대표 경선에 안 나간다’고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경선 출마 의향을 물었고, 김 대표는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22일 4·13 총선 이후 처음으로 만찬을 함께 했다. 김 대표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합의추대가 불가능하므로 경선에 참여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김 대표는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다음날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 대표에게) 비대위 끝난 후에 당대표를 안 하는 것이 좋겠다. 상처받을 수 있다고 했고, 김 대표도 ‘내가 무슨 경선을 하겠느냐’며 분명하게 정리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와) 경제민주화를 위한 스피커 역할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수권비전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보도되자 측근에게 “다시는 문 전 대표와 증인 없이 단 둘이 만나지 말아야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서로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문 전 대표가 이후 나누지도 않은 얘기를 언론에 했다”며 “(문 전 대표가) 당대표를 계속 하면 상처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고, 수권비전위원회 등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기 당권은 누구에게=당대표 선출 방식이 경선 쪽으로 기울면서 차기 당권주자들에게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총선 출마와 동시에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송영길 인천시장과 박영선 의원, 김진표 전 의원 등이 유력 당권주자로 꼽힌다. 이인영 정청래 의원 등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우리 당에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지금 전대를 하자고 하면 토사구팽 소리 밖에 더 나오겠느냐”며 “현 비대위 체제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그동안 김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한 뒤 전대를 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더민주 당권 논란 점입가경
입력 2016-04-24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