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잘린 고양이가 북런던 아치웨이에서 발견된 건 2주전이었다. 일주일 뒤인 지난 18일에는 또 다른 고양이가 목이 잘린 채 런던 남서쪽 서리카운티 길포드에서 목격됐다. 사흘 뒤에는 남동부 오핑턴에서 또다른 목 잘린 고양이가 나왔다. 지난달 스트리섬과 토트넘에서 일어난 일과 똑같았다.
영국 수도 런던이 때 아닌 ‘고양이 연쇄살해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고양이뿐 아니라 비슷한 방식으로 훼손된 동물사체가 시간 간격을 두고 연달아 발견되면서 동물애호가들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일간 가디언은 지난 7개월간 이 사건을 추적해온 동물보호자선단체 사우스놀우드동물자유구조회(South Norwood Animal Rescue and Liberty) 관계자를 인용해 23일(현지시간) 이 같이 전했다.
처음 사체가 발견된 건 런던 남부 크로이던 지역에 한정됐지만 현재는 런던 곳곳에서 같은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판버러, 리치먼드, 핀칠리, 스테프니 등에서도 사건이 벌어졌다”며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가 험한 일을 당할까봐 집 안에 꼭꼭 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이 외에도 여우, 토끼, 새 등이 같은 방식으로 ‘처형’된 채 발견됐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같은 사건이 런던 근교에서 약 50건 발생했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수의사들은 이 중 8구 검시를 마치고 현재 12구를 추가로 검시 중이다. 여기 따르면 약 80~100건의 동물 살해 사건이 동일 용의자와 연관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체 관계자는 “머리와 꼬리가 사람의 손에 잘려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경찰과의 협조 아래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살해당한 동물들은 대부분 몸이 잘리기 전 숨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중 상당수는 벽을 향해 던져져 그 충격으로 죽었다. 몇몇 건에서는 미끼로 유인당해 죽었다. 이 단체는 가디언을 통해 새로운 사체를 발견하는 즉시 연락을 취해달라고 런던 주민들에게 부탁하는 한편 데리고 있는 애완동물이 밤에 바깥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