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광고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A씨(26·여)는 일주일에 두 번 퇴근한다. 나머지 시간은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한다. 이렇게 일하는 A씨가 한달에 손에 쥐는 돈은 40만원이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경우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돼 있지만 받아본 일은 없다.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업계라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어렵다. A씨는 ‘열정페이’를 받고 일하는 청년의 전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4일 공개한 ‘청년 열정페이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15~29세 청년 근로자 399만명 중 63만5000명(17.0%)이 A씨처럼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근로자 5명 중 1명 꼴로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열정페이 청년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급증했다. 2011년 44만9000명이던 청년 열정페이는 2013년 50만9000명, 지난해 63만5000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최저임금이 8.1% 상승한 데 비해 경제성장률은 2%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열정페이를 받는 청년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현경연은 전망했다.
나이가 어리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일수록 열정페이를 받는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15~19세 열정페이 청년 비중은 57.6%로 2011년에 비해 5.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25~29세 열정페이 비중은 6.7%에 그쳤다. 취업을 위해 경력이 필요한 대학 재학생이나 고졸 취업준비생들의 처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열정페이 청년이 46.5%로 판매종사자(37.5%), 단순노무자(33.1%), 사무종사자(4.5%)를 앞질렀다.
열정페이 청년은 월평균 71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시급으로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지난해 기준 5580원)에 미치지 못하는 4515원이었다. 비(非)열정페이 청년이 받는 임금(월급 185만원·시급 1만741원)의 40% 안팎에 그쳤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율도 27.8%에 불과해 사측의 부당해고 위협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정페이를 감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업·학원수강·직업훈련·취입준비를 병행하기 위해’라고 답한 청년이 가장 많았지만 실제 직장에서 교육·훈련을 받은 열정페이 청년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한경연은 열정페이 근절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임금 청년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장려금과 연금·보험 등을 지원해 비용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일-학업 병행제도 등을 시행하는 기업에 자금·인력 지원을 지원해 교육훈련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열정페이 청년 5명 중 1명꼴…한달 71만원 받고 열악한 환경서 근무
입력 2016-04-24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