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vs 에버턴 '벼랑 끝' 감독 대결, 승자는 판 할

입력 2016-04-24 04:10 수정 2016-04-24 04:32
것봐 내가 이겼지? (AP/뉴시스)

기대에 못 미치는 리그 성적으로 경질 위기에 몰린 두 감독이 외나무 다리 혈투를 벌였다.

루이 판 할(사진)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이 지도하는 에버턴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판 할은 이번 시즌 기록적인 이적료를 지출하면서도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바깥인 5위에 머무는 등 실망스런 성적을 거둬 경질설이 분분한 상황이다. 마르티네즈 역시 리그 중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팀을 10위권 안으로 잡아놓는 데 실패해 경질이 유력하다. 따라서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양 팀 감독의 운명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았다.

전반에 노림수가 돋보인 건 판 할이었다. 맨유가 이날 들고 나온 미드필드 라인업은 평소보다 공격적이었다. 마루앙 펠라이니와 웨인 루니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가운데 캐릭이 후방에서 4백과 자리를 바꿔가며 보조했다. 제시 린가드와 마커스 래시포드, 앙토니 마샬로 이루어진 유망주 공격진 3인방이 루니의 지원사격을 받아가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에 반해 마르티네즈가 이끄는 에버턴은 전반을 수세에만 머물며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했다. 이따금 '거구' 로멜루 루카쿠가 버틴 전방에 롱볼로 투입된 공이 찬스를 만들기도 했지만 꾸준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공세를 펼친 결국 맨유는 전반 마샬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마루앙 펠라이니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하며 1-0으로 앞서나갔다.

마르티네즈가 노리던 바는 후반 들어 나타났다. 에버턴은 압박의 수위를 급격하게 높이며 맨유를 몰아붙였다. 수위가 높아진 에버턴의 압박에 캐릭을 위시한 맨유 볼배급선이 흔들리면서 경기 흐름은 갑작스레 에버턴 쪽으로 기울었다.

작전은 즉각적인 효과를 거뒀다. 전반 내내 조용하던 에버턴의 로스 바클리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맨유 스리백 중 하나로 나선 티모시 포수멘사에게 발끝이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루카쿠가 상대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에게 완전히 방향을 읽히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페널티킥 득점에 실패한 이후에도 경기는 에버턴의 주도로 흘러갔다. 팀내 도움 1위를 기록 중인 유망주 헤라르드 데울로페우를 투입한 에버턴은 결국 데울로페우가 오른 측면에서 낮게 크로스한 공이 상대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을 맞고 맨유 골문을 흔들며 동점에 성공했다. 마르티네즈의 노림수가 그대로 들어맞은 결과였다.

판 할도 가만 있지 않았다. 후반 종반으로 접어들며 경기가 다소 교착상태에 빠지자 판 할은 공 운반능력과 전진 능력이 좋은 안드레 에레라를 펠라이니 대신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펠라이니가 높이 싸움에서 경기 내내 우위를 점하는 등 준수한 활약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악수가 될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판 할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피치를 부지런히 오가던 에레라는 후반 추가시간 상대 골문 근처에서 에버턴 주장 필 지기엘카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던 마샬에게 공을 밀어넣었다. 마샬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낮게 감은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에버턴의 골망을 흔들며 짜릿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승리로 판 할은 최근 컵대회 우승 가능성을 높이며 최근 무수하던 경질설을 다소나마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반면 이날 구단주가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패배한 마르티네즈 감독은 리그와 컵대회에서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를 맛보며 경질이 더욱 유력해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