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국민의당 '전대 연기론' ... 이유는 안철수 측과 호남 중진의 이해득실 일치?

입력 2016-04-22 20:01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국민의당 내부에서 ‘전당대회 연기론’이 힘을 받고 있다. 애초 연기론을 주장했던 ‘안철수계’ 뿐만 아니라 호남 중진들도 동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연기 명분으로 모두 ‘조직 체계 미비 등 현실적 어려움’을 들고 있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국민의당 당헌은 창당(2월 2일) 6개월 이내에 전대를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8월 2일이 ‘마지노선’이다. 전대 준비에만 두어 달의 시간의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6월까지는 지도부 선출 규정과 조직체계가 완비돼야 한다. 안철수 공동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이상돈 당선자는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전국 조직이 미비하기 때문에 일단 안철수 천정배 투톱 체제를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유지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해왔다.

호남중진들도 최근 전대 연기론으로 돌아섰다. 전날 박지원 의원은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조직 체계가 없어 8월 전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올해 말, 내년 초가 적당하다”고 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단 오찬에서 전대 연기론에 동의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16일부터 1박2일로 치러지는 당선인 워크숍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전대가 연기된다는 것은 곧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체제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전대 연기론을 공론화 시킨 안 대표 측은 그가 연말까지 대표 권한을 유지하면서 20대 국회 초반, 민생 법안 통과 등 유의미한 결과를 낼 경우 대권 가도에 유리할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안 대표가 총선 기간 누차 주장한 ‘3당 체제’ ‘일하는 국회’를 현실화 시키고 다수의 민생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 공은 모두 안 대표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호남 중진들은 전대를 조기에 치를 경우 생길 수 있는 갖가지 ‘리스크’들이 부담스러워진 것으로 보인다. 22일 발표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도 야권 1위로 올라섰다. 국민의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전대 준비로 당 내 권력 투쟁이 시작될 경우 ‘일하는 국회’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당력을 집중하지 못한다면 애써 끌어올린 지지도가 지난 3월 초처럼 폭락할 개연성이 높다.

천 대표, 박 의원 등 당권 유력 주자들이 대권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연기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국민의당은 ‘당권·대권 분리’를 당헌에 명문화했다. 전대에 출마할 호남 중진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전대가 연기된다면 그만큼 여유를 갖고 향후 정국을 구상할 시간이 확보된다. 당권·대권 양측을 저울질하고 있는 천 대표의 경우 당분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니 연기론에 반대할 이유가 많지 않다. 당권 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박 의원도 당내 세력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다만 전대가 연기될 경우 누차 제기됐던 ‘안철수 사당(私黨)’ 논란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연말까지 대권으로 가는 길을 반짝반짝 닦아 놓을텐데 누가 당에 들어와 그와 경쟁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