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영국 본사, 한국 지사에서 1000억원 받아갔다

입력 2016-04-22 17:33

한국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영국 본사가 옥시 한국지사로부터 2003~2010년 1000억여원을 로열티와 배당금으로 받아간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옥시 측은 21일 피해자를 위한 기금 50억원 추가 출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옥시 영국 본사는 그동안 “판매는 한국지사에서 해온 것”이라며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영국 본사의 책임 부분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옥시 한국지사(이하 옥시)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관계회사 레킷벤키저엔브이 등에 총 435억6063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레킷벤키저엔브이는 2001년 3월 옥시를 인수한 네덜란드 법인이다. 이 법인이 2009년 12월 영국 법인인 레킷벤키저피엘씨에 다시 100% 인수되면서, 현재 옥시의 최상위 지배회사는 영국에 있다.

옥시는 레킷벤키저엔브이의 인수로 외국인투자기업이 된 2001년부터 유해성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했다. 2003년부터는 제품의 매출 일부를 레킷벤키저엔브이 등에 라이센스 로열티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2003년 40억원이던 로열티는 점점 뛰어 2010년 87억원이 됐다. 처음에는 매출의 3~4% 수준이었지만, 판매실적이 좋아지며 종래에는 최대 6%까지 늘었다.

옥시는 2003년과 2007년, 2010년 등 3차례에 걸쳐 총 543억8000만여원의 중간배당액도 지급했다. 2010년 지급된 배당금은 그 해의 순이익보다 53% 큰 금액이었다. 해외 법인이 100% 소유한 구조였기 때문에, 배당금은 고스란히 유일 주주인 네덜란드와 영국 본사로 흘러갔다.

옥시는 외부감사·공시 의무를 피하는 유한회사로 전환한 2011년부터는 로열티·배당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옥시의 공격적 국내 경영을 고려하면 2011년 이후에도 거액이 꾸준히 영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옥시 매출은 2011년 2681억원으로 2010년(2438억원)보다 10%쯤 늘었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문제가 지적된 뒤인 2013년 4월, 옥시는 오히려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검찰은 다음주부터 옥시의 전·현직 임원을 소환, 위법행위의 경위와 최종 의사결정 주체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신현우(68) 전 대표의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우선 소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8월 “객관적 근거 없이 제품이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신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검찰 수사망이 뻗친 영국 본사의 관계자 역시 소환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제품 개발과 안정성 실험에 관여한 옥시 해외 연구소 관계자가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불려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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