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대입, 공시·기업도 “로스쿨처럼 하면 탈락”

입력 2016-04-21 17:30 수정 2016-04-21 18:48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불공정 입학 의혹이 확산되고 있지만 로스쿨들은 “공정성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 19일 보도자료에서 “법규정에 맞게 입학전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쿨협의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국민일보와 만나 “다른 점수가 충분하다면 자기소개서 등에 법관 등 부모 신분을 써놨어도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고교 대학 공무원시험 등을 다루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평가자 생각을 점수화하는 정성평가에선 점수가 왜곡되기 쉽다고 본다. 특히 법조계·학계는 학연·지연이나 사법시험 기수 등으로 엮여 있다. 로스쿨 교수들도 법조계·학계 인사여서 법조인 자녀란 지원자 신분이 노출된 것만으로도 불공정한 입시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로스쿨 내부에서도 “공정성이 40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릐취업 시장에서는=법조인 수준의 공정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선발 때는 어떨까. 인사혁신처 조성제 채용관리과장은 21일 “모든 공무원 공채시험에서 개인 신상, 인적사항, 출신학교, 나이, 배경 등을 수집하지 않으며 면접 답변에서 배제사항으로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 신상을 묻는 질문은 엄격히 금지되며 수험생들에게도 답변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조 과장은 “이렇게 강하게 막는 이유는 수험생 능력을 뺀 모든 차별적 요소를 배제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개인 배경이나 신상 정보가 정성평가에서 평가받는 건 불공정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율성이 있는 일반 기업 공채시험에서도 집안 배경을 밝히면 불이익을 주는 곳이 늘고 있다. 선입견 형성이 불가피해 평가를 방해하고 집안 배경에 기대려는 태도를 보이는 지원자는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였다. S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출신학교조차 쓰지 못하게 한다. 학교도 넣지 못하는데 부모를 거론하면 당연히 탈락”이라고 했다. H그룹 관계자는 “가족 사항을 알 수 있는 질문이나 항목 자체가 없다. (집안 배경을) 묻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릐고입·대입에서는=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은 특수목적고교 입시에서는 부모 신분노출을 사실상 ‘부정행위’로 간주해 탈락시킨다. 이충실 전국외고교장회장(과천외고 교장)은 “신분 자체가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추고 평가해야 한다. 아이들만 갖고 평가하는 건 교육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어서 고민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특목고 입시에선 부모의 직업이나 집안 배경을 쓰면 감점을 당한다. 이 회장은 “특목고는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 감점되면 낙방이라고 보면 된다”며 “아무래도 집안 좋은 아이들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고 불공정 시비는 당연하게 불거지는 것이다. (정부가)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데 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입시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대학 자율성이 강화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평가에서 학생 배경이 드러난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동국대 강삼모 입학처장은 “예컨대 경찰행정학과 면접에서 ‘아버지가 경찰 고위간부’라고 하거나 자기소개서에 써놨다면 당연히 탈락시킨다”며 “금지 규정이 없고 비록 학생의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려면 입학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릐“로스쿨 입시 공정성은 40점”=사설 입시업체 관계자들도 정성평가에서 부모 신분이 드러나는 건 불공정 입시로 판단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연구소장은 “집안 배경이 드러나면 정성평가 점수는 왜곡될 수 있다. 공정성 논란은 불가피해진다”고 했고,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평가자가 법조계·학계 사람인데 학생이 ‘법조인 자녀’라고 소개하고 점수 받았다면 그 자체가 불공정 입시”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평가를 담당하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로스쿨 평가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입시의 공정성은 100점 만점에 40점 수준이다. 요즘에는 많이 줄었지만 로스쿨 도입 초기에는 지원자가 집안을 과시하거나 청탁을 하는 전화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