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 2] 중국경제의 숨겨진 이야기 '암묵적 보증'

입력 2016-04-21 15:06

예고된 버블/주닝/프롬북스



“나는 지난 30년 동안 이룩한 경이적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현재 중국이 당면한 숱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주닝 상하이자오퉁대학 금융학 교수의 이 말은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주닝 교수는 미국 예일대 최연소 종신교수에 임명된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현재 중국경제가 겪는 어려움은 지난 몇 년간 암묵적 보증이 키운 거품이 마침내 꺼지면서 생긴 결과물이다”라고도 말한다.

주닝은 이 책에서 ‘암묵적 보증’이란 생소한 개념을 통해 중국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분석한다. 암묵적 보증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택을 사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믿음이 확고해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개발업체와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말이다.”

“투자자들은 정부, 구체적으로 말해 증감위(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시장이 하락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서구 투자자들은 (2014년 초 중국 금융역사상 초유의 디폴트를 선언한) 상하이차오르가 조만간 파산보호 신청을 하리라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중국에서는 파산 자체가 금기시됐다.”

금융시장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일반적인 룰이고, 투자에 대한 위험은 투자자가 감수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를 하면 리스크를 정부가 감당해줄 거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중국의 투자자들은 투자수익만을 보고 투자의 위험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취급한다.

“암묵적 보증에 대한 기대는 이미 중국경제 전반에 팽배해 있다. 이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투자자나 주식투자자들도 사회 안정을 최우선하는 정부가 시위나 소요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디폴트와 같은 위기에 닥쳤을 때 손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닝 교수는 암묵적 보증을 중국경제의 고유한 문화로 포착한다. 그리고 정부가 뒤를 봐주는 암묵적 보증 때문에 중국경제의 경이적인 성장이 가능했다고 분석하면서 ‘만들어진 성장’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이런 관점은 그동안 중국경제의 성장 원인을 강력한 정부나 개혁·개방 정책, 또는 금융 통제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등으로 분석했던 것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금 중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분명한 것은 암묵적 보증이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10%를 넘나들던 중국의 GDP는 훌륭한 성적표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위험천만한 돈잔치였다”고 평가한다. 그는 최근의 중국경제 위기론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지방정부의 부채, 그림자금융의 급증, 부동산거품의 붕괴 가능성, 과잉생산력 등이 암묵적 보증의 후과라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주닝 교수는 암묵적 보증 문화와 결별하고 시장에 맡기는 방식으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정부와 규제기관들은 본보기로 디폴트 사례를 몇 차례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패는 중국의 암묵적 보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치료제이며 중국경제와 금융시스템을 구하고 재가동시키는 개선책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