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77명을 살해한 노르웨이의 네오나치(신나치)주의자 베링 브레이비크(사진)는 방이 세 개이고 창문도 있는 감방에서 생활한다. 러닝머신, 냉장고, 텔레비전은 물론 DVD플레이어와 비디오 게임기인 소니플레이스테이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수감자들 기준에서도 ‘호화판 luxurious)’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노르웨이 정부가 브레이비크를 장기간 독방에서 생활하게 해 그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브레이비크는 지난달 법정 진술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사실상 아무런 접촉이 없으며 간수들이 빈번하게 알몸수색과 감방 수색을 했다”며 “이러한 고립은 고문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슬로 지방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사법 당국이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대우를 금지한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을 위반했다”면서 “브레이비크의 고립 상태를 줄여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고립을 줄여 줄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그러면서 “비인간적이고 모멸적 대우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 사회의 기본 가치이며 테러범이나 살인자에게도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르웨이 정부가 브레이비크에게 소송비용 33만 크로네(약 4610만원)를 지급할 것을 명했다.
정부 측 변호인은 사법 당국이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항소 여부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많은 노르웨이인들은 격분했다. 노르웨이 노동당의 정치자문관인 실예 그리텐은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러 현장에서 살아 남은 비외른 일러르는 AP 통신에 “노르웨이 제도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극우 극단주의자인 브레이비크는 인종 청소를 목적으로 2011년 7월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에서 폭탄을 터뜨리고, 우타야섬의 노동당 청소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을 살해했다. 그는 2012년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이 반 이슬람 극우 사상을 고양하려는 정치적 테러였다고 주장,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슬로 지방법원은 2012년 8월 살인 및 테러 혐의로 구속기소된 브레이비크에 대해 최고 형량인 징역 21년을 선고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