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가 쓴 가장 오래된 책 '판비량본' 일부 일본서 발견

입력 2016-04-20 20:32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인 저술로 신라시대 원효(617~686) 대사가 쓴 ‘판비량본(判比量論)’ 미공개 조각이 일본에서 발견됐다.

서지학자인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4년여의 수소문 끝에 지난 3월 도쿄에서 ‘판비량론’ 단간(斷簡·떨어지고 빠져서 일부만 남은 책) 9행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일본의 고서수집가가 10여년 전 교토의 한 고서점에서 구입해 보관하던 것을 정 교수 등이 확인한 것이다.

‘판비량본’은 원효가 55세 때에 쓴 책으로 말미에 ‘함형(咸亨) 2년(671) 행명사(行名寺)에서 탈고하다’라는 기록이 있다. 당나라 현장법사가 고안한 논증 방식인 ‘비량’을 비판하는 책이다. 1권 25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완본은 전해지지 않으며 전체의 8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3장 105행만 남아 교토 오타니대학에 소장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판비량본 조각은 오타니대 판본과 같은 필사본으로 확인됐다. 또 새 자료에서도 오타니대 판본과 마찬가지로 신라의 언어와 발음이 적힌 각필(角筆·상아나 대나무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만든 필기구인 각필로 새긴 글씨)이 확인됐다. 각필 문자는 일본의 가타카나와 문자 형태나 글자 만드는 방식이 유사해 가타카나가 신라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여겨져 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