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명훈-정민 부자, 4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나란히 지휘

입력 2016-04-20 17:59
마이클 파인 전 서울시향 자문역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정민(왼쪽)과 정명훈의 사진. 파인은 사진과 함께 “두 명의 ‘마에스트로 정’이 오늘 라 스칼라에 있다. 민은 스칼라 아마데미에서 ‘마술피리’를 지휘하고, 그의 아버지는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하고 있다”고 코멘트를 달았다.

지휘자 정명훈-정민 부자(父子)가 4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나란히 지휘봉을 잡았다.

정명훈(63)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라 스칼라 필하모니에서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K.550과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지휘했다. 그리고 정민(32)은 라 스칼라 아카데미의 청소년을 위한 오페라 ‘마술피리’를 12일에 이어 22일 지휘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세계적인 극장 무대에 잇따라 오르는 것은 클래식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명훈의 경우 이번 4월 라 스칼라 필하모니와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밀라노와 피렌체 등에서 투어를 가지는 일정이다. 그리고 정민은 라 스칼라 극장이 젊은 성악가들을 발탁해 집중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인 ‘라 스칼라 아카데미’가 2015-2016시즌 내내 공연하는 ‘마술피리’를 또다른 신인 지휘자와 함께 맡았다. 정명훈은 이후 6월 18일~7월 8일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의 지휘도 맡았다.

세계적인 거장인 정명훈의 경우 굳이 설명이 필요 없지만 정민도 최근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정민은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 시절부터 지휘를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틈틈이 레슨을 받았던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아동보육시설인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을 조련했고, 이듬해 이들과 함께 지휘자로서 공식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후에도 꾸준히 부산 소년의집 관현악단을 지휘하는 한편 디토 오케스트라, 국립오페라단 등 크고작은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를 지휘했다. 또 2013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일본 등 국제 무대에서도 잇따라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는 현재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2~3회 라 스칼라 아카데미의 ‘마술피리’를 지휘하고 있다. 라 스칼라 아카데미는 2014-2015시즌부터 청소년을 위한 오페라를 시즌 내내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첫 시즌 ‘신델렐라’에 이어 이번 시즌엔 ‘마술피리’를 선보이고 있다. 청소년 대상인 만큼 원작을 다소 압축했으며 무대세트 역시 간소한 편이다. 시즌 통틀어 30~40회 공연되는데, 주로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오르지만 밀라노 인근 도시에서도 공연되기도 한다.

정명훈은 슬하에 진(건축설계사)·선(기타리스트 겸 음반 프로듀서)·민 3형제를 뒀는데, 막내아들인 정민에 대한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12년 정민이 신혼여행 중 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회복한 이후 더욱 애틋해 한다는 후문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정명훈 전 감독님과 그 아들인 정민 지휘자가 세계 오페라의 종가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나란히 지휘봉을 잡은 것은 한국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고도 남는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서울시향이 2014년 12월부터 계속 어려운 상태이고 정 전 감독님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일부러 알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