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빅뱅', 巨富 대결에 후계자 혈투까지...'꿈틀' 대권 잠룡따라 색다른 대선 테마

입력 2016-04-20 18:01 수정 2016-04-20 18:57

차기 대권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4·13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내부 질서가 재편되고 있어서다. 소장·개혁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지역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공교롭게도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여야 잠룡들은 ‘매치업’에 따라 기묘한 인연들이 얽혀있다.

국민일보가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을 포함한 여권의 경우 무소속 유승민(17.6%) 의원이 1위다. 이어 김무성(10.7%) 오세훈(10.2%) 홍준표(6.4%) 김문수(3.9%) 이정현(3.8%) 정몽준(3.5%) 남경필(3.3%) 원희룡(3.0%) 나경원(2.2%) 조경태 (1.7%) 순이다.

야권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7%로 1위를 기록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23.7%로 정확히 7% 포인트 차이로 뒤를 따르고 있다. 김부겸(9.9%) 박원순(4.7%) 천정배(4.3%) 안희정(3.1%) 정세균(2.9%) 이재명(2.3%) 박지원(1.9%) 정동영(1.8%) 김종인(1.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여야 잠재 후보군의 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추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누가 최종 대표가 돼 여야가 맞붙을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봤을 때 드러나는 매치업 별 ‘대선 테마’는 있다.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맞붙을 경우 무엇보다 중도쟁탈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주류 기류에 반발해 탈당했고, 상대방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른바 ‘중도 매치’다.

유승민 의원과 김부겸 당선인이 상대하게 된다면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지하철 매치’처럼 ‘대구 시내버스’ 매치가 된다. 두 사람 지역구인 대구 동구와 수성구는 경계를 맞댄 이웃 자치구다. 다만 지하철로 가려면 대구 ‘중구’ 반월당역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한다.

김부겸 당선인이 이정현 의원을 상대한다면 상대방 텃밭에서 ‘배지’를 단 ‘특공대’끼리 맞붙게 된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맞바꾼 채 맞닥뜨린 FBI요원과 테러범의 대결을 그린 영화 ‘페이스오프’의 한국판이라 부를 만 하다. 마찬가지로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조경태 의원의 매치업은 ‘페이스오프 2’ 쯤 되겠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결은 전·현직 서울시장이 맞붙는 ‘오.SEOUL.박’ 매치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 평가할 수 있어 흥미롭다. 정몽준 전 의원과 안철수 대표가 맞붙으면 남부러울 것 없는 ‘거부(巨富)’ 대결이 성사된다. 대선 자금 정도야 ‘일’도 아닌 사람들이니 최소한 ‘대선자금 차떼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대표와 새누리당의 ‘누구든’ 3명이 맞붙는 3자 구도가 된다면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야권 단일화여부다. 벌써부터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이를 염두에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쫄리면 양보하시든가’. 영화 ‘타짜’의 유행어처럼 막판까지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어쩌면 16대 대선 당일 극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정몽준 후보 버전2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정현 의원이 붙으면 이른바 ‘후계 정치’의 끝을 보게 된다. ‘친노’냐 ‘친박’이냐. 둘 다 적극 지지층이 많아, 지는 쪽에겐 5년이 영원할 것 같은 좌절을 안길 수도 있겠다. 김문수, 남경필, 원희룡 전·현직 도지사와 안희정 도지사가 맞붙는 ‘도지사’ 매치 성사 가능성도 있다. ‘나 도지산데 거 이름이 뭐요?’ 김문수 전 지사가 ‘망신살’을 뻗쳤던 단어의 재유행이 불가피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8~19일 성·연령·지역 할당 후 RDD 방식으로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선정해 유·무선 ARS를 이용해 치러졌다.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 등록 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응답률은 3.1%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하지만 이번 총선 여론조사에서 보듯 ‘폭망(폭삭 망하다)’할 수 있으니 추세만 참고하자.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