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가진 외신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신에 대한 야당 등의 탄핵 결정을 “남성 중심의 의회가 여성 정치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호세프는 대통령 당선 당시에만 해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에 비견되는 여성 리더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 그가 추락한 것은 경제 악화와 비리 문제 때문.
지난해 2월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수뢰사건이 집권 노동자 당 관계자들이 연루되면서 정권 지지율이 확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도 본격화됐다.
브라질 하원은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가져다 씀으로서 연방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17일 그에 대한 탄핵안을 찬성 367표 반대 137표로 가결시켰다.
이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은 “나 이전의 대통령들도 했던 것이며 불법적이거나 범죄적인 행위가 아니며 합법적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나는 전임 대통령들과 다르게 부당한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질 전체 인구에서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했지만 하원의원 513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45명(8.77%)뿐이다. 또 지난해 기준 브라질 기업의 임원진 가운데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3%밖에 안 된다.
궁지에 몰린 호세프 대통령이 ‘여성 탄압’ 프레임을 꺼내들면서 탄핵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 지 주목된다. 한 달 안에 열릴 상원 표결에서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