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TV방송 등을 통한 간접 지진 경험자에게까지 우울·불안 등에 관한 심리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힐 정도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에서 “국내에서 규모 6.5 이상 대규모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는 축복이지만 지진학자 입장에서는 할 일이 없을 정도”, “지진학자는 (연구사례가 부족해) 우울하다’ 등 표현을 쓰면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임을 강조했다.
지 센터장에 따르면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응력(應力)이고 다른 하나는 최소 수십㎞ 이상의 단층이다. 응력은 외부에 힘에 따라 내부에 쌓이는 저항력이다. 응력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 폭발력으로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땅 밑에는 응력이 쌓여 있지 않다. 중국의 거대 단층인 ‘탄루단층대’가 인도판, 유라시아판 등에서 가해지는 힘을 흡수하고 우리나라에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탄루단층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에는 수십㎞ 이상의 단층도 존재하지 않는다. 10㎞ 이상의 단층이 있을 때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가능하다. 규모 8.0 지진은 100㎞ 이상, 규모 9.0은 수백㎞의 단층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나면 함경남도 원산에서 전남 광주 정도까지 수백㎞ 땅이 찢어지면서 한쪽이 1m 높이 이상 올라가는 현상이 생긴다. 한반도에선 그러한 단층 구조가 없으므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 센터장은 “우리나라 주요단층은 수㎞ 수준”이라면서 “근본적으로 큰 지진이 날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전국적으로 단층이 길게 이어져 있다.
한반도의 큰 지진은 주로 중국 탄루단층과 일본 내륙 활성단층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1978년 9월 속리산 지진(규모 5.2)은 1975년 2월과 1976년 7월 중국에서 일어난 지진의 후속이었다. 2007년 1월 오대산 지진(규모 4.8)도 2005년 3월 후쿠오카 지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최근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국내에서도 수년 안에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지 센터장은 내다봤다. 하지만 규모는 최대 5.5 수준이다. 지 센터장은 “실제로는 최대 규모 5.0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피해는 구조물에 금이 간다든가 물건이 떨어지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은 주의가 요구된다.
지 센터장은 백두산에서 화산 폭발은 “1만5000~2만5000년 뒤의 일이므로 여행가도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백두산은 서기 946년 대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지진국은 다시 폭발을 일으키는데 충분한 마그마가 채워지려면 1만5000~2만500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백두산은 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마그마가 매우 조금씩 공급되는 구조다. 마그마는 판의 충돌에 따라 지열로 녹은 암석이 산 밑으로 흘러들어가며 생긴다. 백두산에 마그마를 공급하는 판의 충돌지점(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의 경계)은 백두산에서 동쪽으로 약 600㎞ 떨어져 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도 매우 낮다. 필요조건 중 하나가 규모 7.0 강도의 핵실험인데 이는 최근 실험의 200배 규모다. 지 센터장은 “당장 주변 산이 부숴지고 실험하는 사람부터 다 죽는데 그렇게 하겠느냐”고 했다. 설령 북한이 규모 7.0 강도의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마그마가 채워져 있지 않으므로 폭발은 어렵다.
동해에서 지진해일에 대해선 “일본 니가타 앞바다에서 지진이 나면 일본을 먼저 덮치고 우리나라로 오므로 최악의 경우에도 1시간30분 정도 대비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서해와 남해는 수심이 얕아 지진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지 센터장은 “대만 근처에서 규모 8.5의 지진이 날 경우 제주 앞바다에서 해일은 30~50㎝에 불과할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한국에서 대지진이? 지진학자 "우울할 정도로 가능성 낮아"
입력 2016-04-20 16:51 수정 2016-04-20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