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소장파는 ‘혁신’을 말하지만…친박 책임론 부각에만 열올려

입력 2016-04-20 16:23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다. 그런데 당 수습과 혁신을 요구하는 세력이 주로 비박(비박근혜)이다보니 결국 ‘기승전친박(친박근혜)탓’으로만 흐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소리는 큰데 정작 내세울 인물이 없어 당권 경쟁에선 친박에 열세란 분석도 있다.

김세연 김영우 이학재 황영철 의원 등 8인이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혁신모임(새혁모·가칭)은 비박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김재경 의원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는 위기관리형이 아닌 혁신형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이들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무성 전 대표 외에 비박 중 선수가 가장 높은 정병국 의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후방에서 의견을 전달하고 필요한 게 있다면 조언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총선 참패 원인으로 “대통령 측근 세력의 독선, 무기력한 당 체제, 당청 불통”을 꼽았다. 여기에 범친박인 정우택 의원도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잘 한 것”이라며 “빨리 당선자 모임을 갖고 총의를 모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새혁모로 상징되는 쇄신파는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원유철 비대위’ 카드도 무산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원내대표 경선이든 전당대회 출마든 표 대결을 하려면 이들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명분도 있다. 황 의원은 “총선에서 무참히 패배한 지금의 위기를 쇄신 기회로 삼지 않으면 새누리당에 미래는 없다”며 “더 이상 친박 패권주의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비박 내에서 당 대표 감을 찾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정병국 의원은 “당을 바로세우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주변에선 원내대표 추대설이 흘러나온다. 5선이 된 심재철 의원은 당 대표를 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4선 그룹인 나경원 이군현 의원 등은 원내대표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