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중국인 멤버 루한은 지난 8일 밤 11시 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상하이 황푸구 와이탄의 한 우체통 옆에서 전날 찍은 사진이었다.
우체통은 순식간에 상하이의 명물이 됐다. 웨이보에 사진이 올라 온지 한 시간도 안돼 팬들이 몰려들었다. 8일은 마침 루한의 콘서트가 열린 날이었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우체통 옆에서 루한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팬들이 200m 넘게 줄을 서기도 했다”면서 “새벽 3~4시까지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루한 우체통’에는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부부에서 노인 그리고 외국인까지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루한 우체통 인기에 고무된 상하이우정국은 루한의 생일인 20일에 맞춰 기념엽서까지 발매했다. 5위안(약 870원)짜리 7777매 한정이다. 온라인 예약으로 판매된 5000장은 5분 만에 동이 났고, 남은 엽서를 사기 위해 업무 개시 시간 오전 9시 훨씬 이전부터 수십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루한 우체통에는 루한의 상징인 ‘사슴 뿔’도 장착돼 이날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하이우정국은 전날 밤 11시 15㎝ 길이의 사슴 뿔을 우체통에 붙여 놨지만 밤사이 뿔이 사라져 난감해 하고 있다고 동방망은 전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과도한 ‘스타 따라잡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루한 우체통’ 등을 언급하며 “스타를 광적으로 따라하는 현상은 우리 문화 상품이 젊은이들에게 과연 정신 측면의 문화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는 지, 정신적 매력을 가진 우상을 만들어 주고 있는 지 자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