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납치 피살, 사건의 개요
사건은 2010년 6월 23일 새벽 대구 수성구 범물동 일대에서 벌어졌습니다. 범인 김씨는 그날 새벽 2시쯤 흰색 모닝을 타고 다니다 도로에 앉아 있던 피해자 이씨를 발견하고 조수석에 태웠습니다. 이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고 김씨는 주먹으로 얼굴과 배를 수차례 때렸습니다. 이어 투명테이프로 손발을 묶은 뒤 승용차 뒷좌석 바닥으로 옮겼습니다.
범인은 1시간 뒤 이씨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이씨 휴대전화로 이씨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600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이씨 부모는 즉각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현금지급기 CCTV 등으로 추적했습니다. 김씨의 차량을 찾고 나서는 10여m 뒤에 경찰기동 차량을 댔습니다. 경찰이 김씨 차량의 앞을 막지 않은 건 막다른 골목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씨는 형사들을 보고 급발진하며 도주했습니다. 그는 우회전을 두 번해 유유히 디귿자 형태의 골목을 빠져나갔습니다.
범인 경찰 쫓기자 여대생 살해
경찰의 검거작전이 실패하자 사태는 심각해졌습니다. 김씨는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된 직후 이씨 부모에게 전화해 “경찰에 신고했네, 쫓기고 있다.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 김씨의 차량번호가 부랴부랴 전파됐지만 퇴근길 교통 혼잡으로 경찰은 추적에 실패했습니다. 김씨는 이씨의 휴대전화를 끄고 경남 거창까지 달아났습니다.
이게 납치 당일 오후 상황인데요. 김씨는 그곳에서 이씨의 목을 밟아 숨지게 하고 시신을 배수로에 버렸습니다. 이후 거창·화원톨게이트를 거쳐 대구로 돌아왔지만 검문검색조차 받지 않았고, 다음 날에야 집 근처에서 검거됐습니다.
1주일 전에도 다른 여성 납치시도… 경찰은 사건축소
김씨의 납치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돌도 안 지난 딸을 뒀던 그는 사건 1주일 전인 같은 달 16일에도 납치를 시도했었습니다. 김씨는 그날 새벽 3시쯤 여대생 백모씨를 발견하고 차로 무릎을 들이받은 뒤 머리채를 잡아 승용차 뒷좌석에 밀어 넣었죠.
백씨는 천만다행으로 차 반대편으로 도망쳤습니다. 112에 신고했고 인근 경찰이 출동했는데요. 그러나 경찰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납치 미수가 분명한데도 경찰은 단순 상해사건으로 축소 보고하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2011년 대구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김씨가 어린 딸아이를 뒀고 범행을 반성한다며 극형을 면해주었습니다.
김씨는 처벌받았지만 이씨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경찰이 도주로 차단 등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가족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가 9616만여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습니다. 1심은 국가 책임비율을 10%로 봤는데 2심은 30%로 늘렸고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한 것입니다.
경찰이 최초 납치 미수사건을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골목길 앞뒤를 가로 막고 차량 도주를 막았더라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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