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현에 살고 있는 오사무(62) 할아버지에게 가족이라고는 함께 사는 고양이 미츠마메(5) 뿐이다. 지난 14일부터 지진이 일어난 뒤 애완동물을 받아주는 수용소가 없어 갈팡질팡하던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야 머무를 곳을 찾았다. 시내에 위치한 대형 동물병원이다.
지진 피해를 겪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현 한 동물병원에서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이색 풍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데리고 나온 이들이 동물병원에 한 데 모여 있는 광경이다.
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은 19일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추오구에 위치한 ‘류노스케 동물병원’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나온 이재민 200여명이 모여 있다고 전했다. 시내 위치한 공공수용소에서는 대부분 애완동물을 받지 않아 모여든 이들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도쿠다 류노스케(54) 원장은 2011년 후쿠시마 지진 당시 애완동물 수용시설이 없어 곤란한 애완동물 애호가들을 보고서 동물 수용 시설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병원 뒤 직원 기숙사 등을 헐어 면적을 3배로 늘려놓았다. 사료와 물도 일주일치를 구비했다. 덕분에 페이스북 등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애견, 애묘가들의 발길로 병원이 붐비고 있다.
수간호사를 맡고 있는 시라이시 후미에(42)는 “차 안에서는 흥분하기 쉬운 강아지도 있고,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러한 사태를 조금이라도 막겠다는 것이 이 병원을 세운 목적이기도 하다”라고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