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련 뉴스를 뒤지다가 눈길을 끄는 것 몇 개를 발견했다. 유명 영화의 속편 얘기들이었다. 우선 오락영화의 전범(典範)으로 평가되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5편이 2019년에 개봉된다는 소식이다. 감독은 1981년의 오리지널 ‘레이더스(Indiana Jones and the Raiders of Lost Ark)’부터 2008년의 4편까지 모두 만들었던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은 역시 한편도 빠지지 않고 인디애나 존스역을 했던 해리슨 포드가 맡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 개봉시점에 인디애나 존스는 77세가 된다. 포드가 1942년생이니. 문자 그대로 ‘할배 인디애나 존스’다. 아무리 고령화시대이고 ‘꽃할배’ 전성시대라지만 77살 먹은 ‘액션의 왕자’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3편 ‘인디애나 존스와 마지막 십자군(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이 개봉된 지 19년 만에 4편 ‘인디애나 존스와 수정해골의 왕국(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이 느지막이 나왔을 때 거기 출연한 포드가 환갑을 훌쩍 넘긴 늙은 모습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애처롭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나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디애나 존스를 연기하는 포드를 본다는 것은 어쩌면 고문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활력이 넘치던 오리지널 인디애나 존스와 해리슨 포드에 대한 소중한 감정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럼에도 제작자 프랭크 마샬은 요지부동이다. 포드가 연기하는 인디애나 존스가 너무 늙어 보이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디애나 존스는 워낙에 아이콘적인 캐릭터여서 오로지 한사람의 배우밖에 그 역을 연기할 수 없다. 포드가 늙었다지만 스타워즈 최신작 ‘깨어난 포스’에 출연한 그를 보라. 일부에서는 포드가 슬쩍 얼굴만 비치고 영화 대부분은 젊은 배우를 써서 젊은 날의 인디애나 존스를 연기하게 하는 편법을 쓸 것이라는 추측도 한다. 하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아무리 늙었어도 포드가 존스를 일관되게 연기할 것이고 내용도 4편의 연장선상에 있게 될 것이다. 직접적인 속편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영화의 특성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액션장면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무리 노익장이라도 젊을 때처럼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기는 힘들 터. 결국은 컴퓨터 그래픽 신세를 지지않을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두 번째 속편은 공포 SF로 분류되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프로메테우스(2012)’의 속편에 관한 것이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창시자인 리들리 스콧 감독은 2017년 5월 개봉 목표로 프로메테우스 2편(가제: 에일리언; 실낙원 Alien; Paradise Lost)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 존 로건에게 시나리오 개작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로건은 ‘007 스펙터(2015)’와 ‘007 스카이폴(2012)’을 비롯해 ‘라스트 사무라이(2003)’ ‘글래디에이터(2000)’ ‘에비에이터(2004)’ ‘휴고(2011)’ 등 매우 다양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저명 작가다.
공포스러운 우주 괴물 에일리언(인간과 기계를 결합한 기괴한 작품으로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 H R 기거가 디자인했다)은 물론 인류의 기원까지 건드린 ‘프로메테우스’의 속편 내용은 전편에서 살아남은 엘리자베스 쇼 박사(누미 라파스)와 인조인간 안드로이드 데이빗(마이클 파스벤더)이 우주선을 타고 더 깊은 우주, 인류를 만들어낸 것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엔지니어’의 고향 행성으로 날아간다는 얘기라고 한다. 말하자면 프리퀄의 프리퀄인 셈. 스콧에 따르면 이후 속편을 하나 더, 즉 프로메테우스 3편을 만들 예정이라는데 영화 순서상 그 다음은 바로 오리지널인 ‘에일리언’ 1편으로 넘어간다고. 이같은 프로메테우스 3부작을 통해 프로메테우스 1편에서 모호하게 처리된 인간과 에일리언의 탄생 비화(秘話)가 분명히 밝혀질 지 기대된다.
세 번째는 역대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아바타(Avatar, 2009)’의 속편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제임스 카메론은 앞서 2016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아바타 2, 그리고 2018년과 201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각각 아바타 3, 4편을 개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이후 아바타 2의 개봉을 2017년으로 연기했다가 급기야 이번에는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3개의 속편을 한꺼번에 만들려다보니 줄거리가 꼬이고 인물과 환경까지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전에도 오리지널과 속편 2개를 함께, 즉 세편의 영화를 동시에 제작한 경우가 없지 않다. ‘백 투 더 퓨처’시리즈다. 개봉 시기는 1편이 1985년, 2편이 1989년, 3편이 1990년이었지만 만들어지기는 세 영화가 동시였다. 이 영화들은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흥행성적도 성적이지만 영화기술 등에서 가히 혁명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아바타’의 속편이 하루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늦춰지게 돼 많이 아쉽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김상온의 영화이야기] <66> 속편 3題
입력 2016-04-19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