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직접 보고 느끼신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할 얘기를 다 했어요. 그래서 시즌2는 없습니다.”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화려하게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를 공동 집필한 김원석 작가의 말이다. 김 작가는 태후의 원작 ‘국경없는 의사회’를 집필했고, 김은숙 작가와 공동 작업으로 드라마 극본 ‘태양의 후예’를 만들어냈다.
김 작가는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해주셨고, 행복했다”며 “사전제작인 만큼 더 완성도 높게 뽑을 수 있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놓친 부분, 실수한 부분을 보고 죄송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첫 방송부터 ‘빵’ 터뜨리며 시작했던 태후는 미니시리즈 ‘마의 시청률’ 20% 고지를 가볍게 넘고,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30%까지 거뜬하게 돌파했다. 40%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38.8%라는 높은 시청률 성적표로 마무리를 지었다. 동시방송된 중국을 들썩이게 했고, 27개국에 수출되는 등 한류 르네상스를 이끈 ‘국위선양 드라마’로 극찬 받았다.
하지만 태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시청률 40% 선을 뚫지는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시진 역으로 태후 인기를 이끌었던 배우 송중기는 ‘개연성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님과 감독님, 제작진이 해주실 이야기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김 작가에게 물었다. 개연성의 문제에 대해 그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뒷부분에서 비판도 많이 해주셨는데, 저희가 모든 것을 만족 시켜드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한정된 시간에 이야기를 끝내야 하고, 작가는 선택을 해야 했죠. 후회는 없는데 반성은 하고 있어요. 사건과 사건의 개연성, 인물의 감정선이 충실하지 못했던 것도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김은숙 작가님과 많이 이야기 했어요. 아쉬움 남겨 드려 죄송해요.”
지나친 간접광고(PPL)도 태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홍삼의 후예’ 등 패러디가 나왔고, PPL만 아니었다면 명장면이 됐을 씬에서도 실소와 조소를 받아야 했다. 김 작가는 “PPL 논란은 작가 책임”이라고 했다.
“작가, 연출자, 제작자, 배우, 홍보담당자…드라마를 만드는 데 수많은 영역이 필요해요. PPL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없으면 드라마라는 ‘동그란 원’이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어쩔 수 없고 필요한 부분인거죠. 작가 입장에선 최선을 다해 드라마 내용에 해가 되지 않게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셨다면 작가가 더 잘 써야 했던 것이겠죠.”
김은숙 작가와의 협업은 어땠을까. 김원석 작가가 원작자이지만 태후는 김은숙의 드라마로 더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즐거웠다고 한다.
“김은숙 작가님과 함께하면서 마법이 일어났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썼던 대사도 김 작가님을 거치면 설레고 마법 같은 장면으로 나왔어요. 재밌더라고요.”
공동작업은 ‘이 대사는 누가 쓴 것’이라고 딱 나눌 수는 없다고 한다. 씬 안에서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히는‘그럼 살려요’는 대사만 놓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거예요. 그 신의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 감독님의 연출…이런 게 어우러지는 거죠. 마찬가지로 대본에서의 대사도 작가들이 같이 썼다고 보시면 됩니다.”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송중기씨는 강렬했고, 정말 잘 해줬어요. 촬영 중간에 다치기도 하고, 고생 많이 했는데 미안하고 고마웠죠. 제 20대 우상이 ‘올인’의 송혜교(강모연 역)씨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함께 하게 됐으니 정말 영광이었죠.”
진구(서대영 역)와 김지원(윤명주 역)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놨다. “서대영 캐릭터는 별 것 안 하는 듯 하면서 뭔가 해야 하는 캐릭터예요. 존재감으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거에요. 그걸 진구씨가 멋지게 해줬어요. 김지원씨는 연기 잘 하는 선배들과 함께 해서 부담이 됐을 텐데 케미를 잘 만들어줬어요. 매력있는 배우에요.”
논란도 있었고, 종영도 됐지만 태후는 아직도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핫한 드라마다. 팬들 사이에서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김 작가는 “시즌2에 대한 생각은 없다. 할 이야기는 다 했다”며 “유시진이 비상 없는 부대에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인터뷰] '태양의 후예' 김원석, " 시즌 2 없다. 유시진 행복했으면"
입력 2016-04-19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