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수권정당 되겠다는 더민주의 고민

입력 2016-04-19 16:47

4·13 총선 승리로 제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의 길목에서 전당대회 개최 논란과 정체성 문제 등 난제를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세월호특별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면서 정국 주도권마저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종인이냐, ‘새인물’이냐=더민주는 전당대회 개최 논란으로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합의추대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자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춘 비대위원은 19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당대회 준비가 당헌당규상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되면 경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했고, 김진표 전 의원과 정세균 박영선 의원 등도 도전 의사를 시사하면서 당권경쟁 구도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표 경선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과 맞지 않는 얘기”라고 한 뒤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한 측근에게 “더민주가 나를 필요로 하면 돕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대표직에 관심 없다”고 했다. 합의추대가 아니면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더민주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김 대표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권의 중도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 국민의당 총선 선전으로 나타났다”며 “그런 점에서 더민주는 김종인이라는 상징이 필요한데, 대표직이 아닌 어떤 롤을 부여할 수 있을지, 또 본인이 수용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 정체성 확립도 시급 과제=경제노선과 정체성 논란도 고개를 들 조짐이다. 강경·개혁 성향 의원들은 더민주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민생문제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중진들은 경제 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하며 제1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야권 내 ‘금기어’였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도 더민주가 먼저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세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 때문에 눈치 보면서 산업 구조조정을 미뤄온 것 아니냐. 당리당략을 버리고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했다. 김부겸 당선인도 “그동안은 ‘사회안전망 부재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하느냐’고만 했는데, 이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한 의원은 “구조조정이 아닌 민생경제 회복이 당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온건파가 대거 당선됨에 따라 정체성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과 협력 가능할까=선거 직후 정국주도권은 국민의당이 끌고 가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전날 이명박·박근혜정부 8년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반면 더민주는 “원칙적으로 같은 입장”이라며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더민주는 지도부 구성 문제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내부적으로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치가 돼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당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국회 의장단 구성에서는 두 야당의 협력관계가 유지되겠지만, 20대 국회 출범 후에는 사안에 따라 국민의당이 더민주 혹은 새누리당과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남 총선 참패도 더민주의 마음을 급하게 하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민의당에 계속 끌려 다니면 내년 대선도 국민의당이 주도할 수 있다”며 “지도부 구성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우리 당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