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원유철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하기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19대 초·재선 의원 중심의 ‘새누리 혁신모임’은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총선 참패 후폭풍에 휩싸인 여당의 리더십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연일 계파 간 파열음만 노출되는 모양새다.
황영철 김영우 오신환 의원 등 혁신모임 소속 의원들은 19일 국회에서 원 원내대표를 만나 22일로 예정된 전국위원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 등은 일단 원 원내대표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원 원내대표는 비대위 체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선인 총회를 즉각 소집해 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였다. 원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직 이양’이라는 용어는 잘못 쓴 것 같다. 비대위원장이 아니고 대표 권한대행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황 의원이 전했다.
이에 앞서 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고 “하루빨리 이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이른 시간 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이양하려 한다”고 밝혔다. 혁신모임이 전날 “원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길 수 없다”고 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원 원내대표는 “최근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당의 분열과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앞으로 질서 있는 개혁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했다.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과도기 체제인 비대위가 결정할 수 있는 정치적 사안이 없다”며 “(비대위를)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선 “원 원내대표는 아직도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이전으로 비대위원장 사퇴 시기만 앞당겨졌다는 이유에서다.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지도부에 몸을 담았던 원 원내대표가 끝까지 책임을 피하면서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 일각에선 ‘원유철 비대위’에 대해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차기 원내대표와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친박 위주로 꾸리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주도권 싸움의 전초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원 원내대표가 일단 당을 추스르는 데 앞장선 뒤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다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지금 비대위를 꾸리도록 하면 원 원내대표 혼자 비대위를 짠 것인지 누구 입김으로 한 것인지 알 수 없지 않느냐”며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하기 위한 전국위원회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는 ‘헛꼼수’”라며 “원 원내대표는 지금 즉시 사심을 버리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 당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연판장 들고 압박하는 與 혁신모임
입력 2016-04-19 16:38 수정 2016-04-19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