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 직선제로 바뀐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4년차’는 ‘레임덕’(권력누수)과 사실상 동의어였다. ‘당청갈등→선거참패→새 지도부 또는 차기 주자와 청와대의 갈등’이라는 레임덕 패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4년차에 터진 ‘권력형 게이트’도 역대 대통령들의 발목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4년차 징크스는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의회 상황만 보면 가장 열악한 형국이다.
10년 전인 2006년. 4년 차에 접어든 노무현정부는 새해부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문제로 여당 지도부와 대치했다. 그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대패했고, ‘친노(친노무현) 운동권’의 배타적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후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힘 빠진 대통령을 향한 여당 지도부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5년 전인 2011년. 여권 주류 친이(친이명박)계는 지방선거에 이어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밀었던 안경률 의원이 친박(친박근혜)계 황우여 의원에 패해 충격에 휩싸였다. 이를 기점으로 당내 권력의 무게추가 친박계로 쏠렸고, 이후 친·인척 비리까지 터져 나오면서 레임덕에 빠져 들었다.
박 대통령 집권 4년차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권력자’ 발언 등으로 불거진 당청갈등, 계파 갈등을 드러낸 공천 파동에 이은 4·13 총선 참패 등 역대 정권의 권력 누수 과정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특히 의회 권력을 야당으로 옮겨놓은 총선 결과로 역대 어떤 정권보다 국정 추진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19일 “임기말까지 여당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했던 노무현·이명박정부와 달리 박근혜정부는 국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의회권력, 즉 안전판마저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물론 ‘수서 비리’ ‘진승현·이용호 게이트’ ‘저축은행 사태’ 등 역대 정권 집권 4년차에 벌어진 각종 게이트가 없어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전망은 과도하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친박계가 차기 원내 사령탑과 당권 탈환을 준비하고 박 대통령에 각을 세운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반대하는 것도 현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당내 안팎에선 친박계가 막으려고 할수록 레임덕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암담한 전망도 많다. 비록 20대 총선 여당 당선자 122명 중 친박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류 진영에선 ‘구심력’보단 차기 권력을 향한 ‘원심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당장 여권 권력 지형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는 5월 초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정권 4년 차에 여권 주류 세력을 바꿨던 계기 역시 원내대표 선거였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선거에선 당내 통합과 야당 설득에 적합한 중립 성향 의원에 표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이슈분석]박근혜 대통령도 피해가지 못한 '4년차 징크스'
입력 2016-04-19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