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계파 분화 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당 쇄신을 명분 삼아 계파를 초월한 모임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에서 계파 이탈 움직임이 두드러져 차기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이후엔 여당 내 주류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당선인 세력 분포를 보면 3선 이상은 비박(비박근혜), 초·재선은 친박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친박 중진은 8선이 된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5선의 원유철 이주영 정갑윤, 4선의 유기준 최경환 홍문종 의원 정도다. 이정현 조원진 의원 등이 3선으로 뒤를 받치고 있다.
비박은 6선에 성공한 김무성 의원과 정병국 심재철(이상 5선), 김재경 나경원 이군현 의원(이상 4선) 등이 중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3선으로 내려가면 권성동 김영우 김용태 김성태 김세연 김학용 황영철 등 폭이 훨씬 넓다. 선거 참패 원인이 공천 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고,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 당장은 비박계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당에선 이학재 의원의 ‘변신’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그랬던 그가 원유철 비대위원장 추대 반대 기자회견을 주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계기로 뭉친 이들은 당 혁신 모임도 구성하기로 한 상태다. 혁신 모임엔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김영우 의원과 친유승민계인 김세연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 의원은 19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친박이기 때문에 원유철 비대위 체제를 인정해야 하고 친박이 아니면 반대해야 된다는 이런 진영 논리, 계파싸움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상한 각오로 새 출발하기 위한 ‘탈(脫) 계파’ 모임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저는 뼛속까지 친박이고 상황이 변한다고 해도 끝내 친박일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탈박’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2011년 ‘박근혜 비대위’ 멤버이자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주광덕 당선인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주 당선인은 18대 국회 소장파 출신이기도 하다.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정현 의원도 전당대회에서 함께 뛸 주자로 비박계 의원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는 1인 2표제다. 당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친박 대열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헤쳐모여” 與계파 분화 본격화
입력 2016-04-19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