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경찰’ 대구 납치 여대생 사망 국가배상 확정

입력 2016-04-20 00:03

납치범이 경찰의 부실한 포위를 뚫고 도망쳐 인질을 살해했다면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의 피해자 부모와 남동생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9616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은 “경찰이 용의차량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도주 위험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현저히 불합리했다”며 이처럼 판결했다.

김모(30)씨는 2010년 6월 대구 수성구에서 여대생 이모(사망 당시 24)씨를 승용차로 납치한 뒤 이씨의 가족에게 6000만원을 요구했다. 이씨의 가족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휴대폰 위치추적, 현금지급기 CCTV 등으로 김씨의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김씨의 승용차가 멈춰서자 10여m 후방에 형사기동차량을 정차했다. 형사들이 내리는 것을 본 김씨는 급발진해 달아났다.

도로 전방이 막혔다고 판단한 조치였지만 실제로는 우회전으로 빠져나갈 길이 있었다. 도주 직후 김씨는 이씨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했네, 쫓기고 있다. 고마워”라고 말했다. 김씨는 2시간 뒤 경남 거창군에서 이씨를 살해해 배수로에 유기했다. 범행 뒤 거창·화원톨게이트를 거쳐 대구로 돌아왔지만 검문검색을 받지 않았다.

이씨 유족은 “경찰이 도주로 차단 등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의 책임비율을 10%로 봤지만 2심에서 30%로 늘었다. 손해액은 이씨가 60세까지 벌 수 있었을 소득과 위자료 등을 합쳐 산출됐다. 김씨는 2011년 대구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항소가 기각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