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긴급조치 위반 피해자 등에게 국가가 배상을 해야 된다는 판결이 잇따라 내려지고 있다.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과 어긋나는 것이다.
광주고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5일 긴급조치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A씨와 가족 6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1억4000만원, 사망한 부모에게 각각 3000만원, 부인에게 1000만원, 누나·동생에게 각각 2200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비상조치와 비상명령으로 구분되는 긴급조치는 제4공화국 당시 유신헌법에서 규정한 헌법적 효력을 가진 특별조치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이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내정·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긴급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특별권한을 부여했다.
이번에 국가배상 판결을 받은 A씨는 전남대에 재학 중이던 1974년 유신 반대투쟁을 벌이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발령한 긴급조치 제4호 위반으로 체포됐다. 수개월 후 비상군법회의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씨는 복역하다가 이듬해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됐고, 1978년 특별 사면됐다. A씨는 29년 후인 2013년 긴급조치 4호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뒤늦게 내려지자 2014년 재심을 청구, 무죄 판결을 받았다.
30년 만에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A씨는 긴급조치 위반에 따른 복역과 유죄 판결에 대해 국가가 본인과 가족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청구소송을 냈다. A씨는 결국 신체·정신적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위법한 수사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해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을 한 뒤 무죄 확정을 받을 때까지 가족과 배우자의 고통에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앞서 광주지법 민사합의13부도 지난 2월 긴급조치 비판 유인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2725만에서 1억44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도 지난해 9월 대법원 판례를 깨고 긴급조치 피해자에게 국가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은 국가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긴급조치 국가배상의 인정여부를 둘러싼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이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긴급조치 위반 피해자와 가족 등에게 국가배상 판결 잇따라 주목돼
입력 2016-04-19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