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선거의 선두주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 시장이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며 막말 수위가 트럼프를 능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공개된 유세 영상에서 여성 선교사에 대한 망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두테르테는 1989년 다바오시 교도소 폭동 사건에서 당시 인질로 잡혔다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 재클린 해밀(당시 36세)에 대해 수준 이하의 망언을 했다.
당시 다바오 시장이었던 두테르테는 "폭도들은 모든 여성 인질을 성폭행했고 그 중에는 호주 선교사도 있었다. 진압이 끝난 후 시신으로 들려나온 호주 선교사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폭소를 터뜨리는 지지자들과 시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자 경쟁 후보들과 여성단체 등에서 두테르테 시장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이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호주에까지 퍼지면서 호주 언론들도 두테르테의 망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베그니노 아키노 2세 현 대통령의 대변인인 에르미니오 콜로마는 "그는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으며 여성에 대한 존중이 완전히 결여됐다"고 맹비난했다.
경재후보 중 한 명인 제조마르 비나이(73) 부통령도 "구역질 나는 발언"이라며 "두테르테는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미치광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부 차장인 필 로버트슨은 "아주 역겨운 성폭력 지지 발언이었다"며 "다바오 시장은 반드시 지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두테르테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비하한 게 아니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HRW는 다바오 시에서 사병 조직을 결성해 범죄자 1000명 이상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에 대해 '죽음을 제조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리핀의 유권자들은 과정의 적법성을 떠나 다바오 시를 필리핀 내에서 최고의 안전한 도시로 만든 두테르테에 대해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무능력한 정부에 비해 부정부패 척결과 치안문제를 선거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두테르테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범죄자를 모두 죽일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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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