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불과 며칠 전 두 자릿수 걱정했는데, 벌써 잊었나"

입력 2016-04-18 18:03 수정 2016-04-18 22:39
제20대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인이 18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의정활동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4·13 총선에서 31년 만에 ‘대구 야당 의원 당선’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김부겸 당선인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경파 주도의 야당 정치 문화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불과 며칠 전에 두 자릿수 의석을 걱정했는데, 벌써 잊었느냐”며 “이제는 자기 이름을 걸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으로 대구에서 당선돼 단숨에 야권 대권 잠룡으로 부상한 그였지만, 수행원 한 명 없이 취재진을 맞았다. 그는 "수행이 뭐 필요합니까. 이래야 몸도 가볍고 말도 편히 하지요.”라고 말했다.


-당선을 예상했나.

“여론조사의 추이가 우리 지지층을 중심으로 50%를 유지해서 예감은 괜찮았다. 하지만 선거 막바지에 정당 지지율이 너무 차이가 났다. 새누리당 쪽은 50%, 우리는 10%의 불안감을 끝까지 갖고 있었다.”



-당선 인사를 다니면서 대구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이 실감나던가.

“우선 대구 시민들이 아주 기분 좋아하셨다. 당신들이 만든 변화지만 아주 좋아하신다. ‘대구도 이제 바뀌겠죠?’라고 묻는다.”



-대구 시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이 무엇었다고 보나.

“답답해도 어디 풀 기회가 없었지 않나. 선거를 해도 이미 게임이 대충 끝난 상황이고, 그렇다보니 대구가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번엔 수성갑의 투표율이 전국 최고였다. 그것이 무슨 뜻이겠나. 기회가 왔으니 한 번 보여주자는 것 아니겠나”



-대구 시민들이 기적 만들어 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구 시민들이 김부겸이라는 인물을 쭉 지켜본 것 같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왔다가 너무 쉽게 떠나가지 않았나. 저에 대해서도 ‘몇 번 해보고 안되면 서울에 갈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두 번 세 번 도전하니 신뢰가 싹텄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대구 시민들에게 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너무 이른 얘기다. (수성갑에서) 이 정도로 표를 준 것은 자신들 속에 있던 답답함과 현실에 대한 일종의 분노가 아닐까. 대구 경제가 정말 안 좋다. 대구 근처에 대학이 많은데, 대학생 뿐 만 아니라 청년들이 일년에 한 만명씩 다른 데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그러면서 도시 자체에 활력이 죽었다. 젊은 친구들이 만 명씩 떠나는데, 그런 것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할 곳이 없지 않는가. 그런 차에 여당이 마지막에 공천으로 교만했다. 그런 것도 도움이 됐다.”



-당선 소감으로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이번 총선 결과로 어느 한 당이 정국을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각 당이 정치적 파이를 나눌 준비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소수 야당일 때는 우리 지지층에게만 묻고 가는 식으로 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국민들이 제1당을 만들어주면서도 정당투표는 3위를 준 것을 매우 현실적으로,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당도 불과 한 달 전에 180석을 넘는다고 보지 않았나. 국민들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했겠나. 국민들 사이에 차곡차곡 쌓인 분노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아무도 못 읽은 것 아닌가. 양당 체제에 대해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 가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에 국민의당의 제3당 시도에 정당 투표 2등을 준 것 아닌가. 이런 흐름을 고려해 서로 간의 자리를 인정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든 갈등 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갈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까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민심을 정확히 읽는 것이 상생과 공존의 정치다.”



-당선 이후 강경파가 주도하는 야당의 정치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파에게 무슨 면허증이 있나. 왜 당이 그들의 주장만 따라야 하나. 강경파 역시 국민의 대의자다. 국민을 대리하는 사람이 왜 자기 철학만 고집하나. 당내 강경파들이 주장해서 현실 문제를 푼 것이 뭐가 있나. 토론해야 한다. 비겁하게 당론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치를 해야 한다. 역사에 이름이 남는 것 아니냐. 모든 사안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의견을 갖고 그것으로 토론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때도 절대 선동하지 말고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자신들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얘기해야 한다.



-당선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반드시 발언할 것이다. 필요하면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표결도 요구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당의 의사결정에는) 표결이 없었다. 지금까지 가장 억울한 것이 예전에 국가보안법을 ‘민주질서보안법’으로 대체하자는 역사적 합의를 했는데, 토론하다가 무위가 돼 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국보법은 한 발자국도 못 나갔다. 이게 누구 책임이냐. 그때 토론하고 손 들자(표결)고도 했는데, 그것을 무산시킨 강경파들은 다 어디에 있나. 내가 소수파가 되더라도 표결하자고 할 것이다. 표결을 왜 두려워하나. 냉정하게 얘기하면 강경파라는 사람들은 말은 진보적으로 하지만 사고와 행동은 아주 비민주적이다. 그렇다고 진보정당에 갈 배짱은 없지 않나. 표는 여기에서 받고, 말은 왜 만날 진보적으로 하나. 그렇다면 자기 몸도 거기에 던져야 한다. 세월호 협상 때도 마찬가지다. (최종협상안이)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타협안에서 얼마나 나아졌나. 그런데 왜 박 전 원내대표를 그렇게 모질게 내쳤나. 냉정하게 봐야 한다. 앞으로 그런 상황이 왔을 때는 반대하는 사람에게 당신들의 솔루션(해법)이 뭔지를 물어야 한다. 그 중에서 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내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우리 당 체질을 바꾸는데 도움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표 좀 얻겠다고 이 사람에게 좋은 소리, 저 사람에게 좋은 소리는 안하겠다는 것이다. 온건파가 바로 서면 (당) 체질이 바뀔 것이다.”



-강경파가 전방위로 압박한다면 어떻게 하나.

“자기 이야기에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 전방위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누가 더 합리적인가, 누가 더 국민 편에 서 있는지에 대해 계속 토론을 요구할 것이다. 진보정당을 할 만한 배짱은 없으면서 왜 그렇게 혼자 진보라는 가치를 독점하고 싶어하나. 진보라는 가치의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편에 대한 공존이 근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문제는 그분들이 주장한대로 해서 대안이 나온 게 없지 않나. 지금은 한번쯤 그런 방식의 정치가 옳은 것인지, 우리 당의 대중적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지 기여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그런 풍토를 달리하겠다는 것이 내 이야기의 핵심 요지다. 나는 내 이름을 걸고 정치하겠으니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걸고 정치하라는 얘기다.”



-토론이 내분으로 비쳐질 수 있지 않나.

“그게 왜 내분인가. 강경파들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고, 온건파들은 가슴 속에 계속 불만을 품고 끌려가는 모습을 숨기는 것이 대단한 통합인가. 강경파들도 자기 확신을 갖고 토론도 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당의 외연이 확장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외연이 확장됐다면 왜 이번 정당투표에서 3등을 했겠나. 국민이 준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내가 총대를 멜 테니 중진들이 발언을 해야 한다. 당내 다음 포지션 때문에 이 사람에게 척 지기 싫고, 저 사람에게 척지기 싫다고 하면 당은 망한다. 강경파들이 그렇게 당당하면 우리부터 설득해 보란 얘기다. 대안 없이 박근혜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30년 전 반(反)독재 투쟁할 때 프레임이다. 그것을 강요하지 말라는 얘기다. 반대를 하더라도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우리의 대안을 충분히 준비해서 하자는 말이다. 강경파에 끌려가는 풍토가 계속돼서 결국 분당의 상처만 남지 않았나. 그것이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탓인가. 아니다. 안 대표가 이 당에서 절망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안 대표가 가장 답답했던 것이 뭘까. 자신은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니 바로 책임지라 해놓고, 문 전 대표는 보궐선거에서 졌는데도 책임을 왜 안 지느냐는 것 아니냐. 왜 강경파들은 그에 대해 보편적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나. 그것이 바로 계파 아닌가. 선거 막바지에 두 자릿수로 내려앉을까 얼마나 두려웠나. 불과 며칠 전 이야기인데 그걸 벌써 잊었나.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환호하며 찍어주신 것 아니지 않느냐.”



-이번에도 소위 강경파 의원들이 많이 당선됐는데.

“그렇지 않다. 소위 언론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분들 중에 합리적인 분들이 많다. 그것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 의원총회는 토론이 아니라 선동의 장이었다. 이제 그런 풍토를 바꾸라는 것이 국민의 민심이다. 원내대표가 그것을 어떻게 끌고 갈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과거에는 원로나 중진이 말을 안했고, 온건파들은 피했다. 이제 그런 자세는 안된다. 그래서 우리 당이 정당투표에서 3등을 한 것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문재인 전 대표는 ‘친노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문 전 대표도 솔직하고 용감하게 말해야 한다. 국민들이 있다고 하면 근거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국민들이 허상만 쫓는 것인가. 본인은 없다고 생각해도 국민들이 느끼는 무언가가 있지 않겠나. 그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해서 전부 진보니 친노니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도 당내 계파가 작동한다는 의심은 있는 것 아닌가. 문 전 대표도 정치 지도자로서 솔직히 이야기를 듣고 말씀을 하셔야 한다. 물론 억울하긴 할 것이다. 상당부분은 언론이 만드어놓은 도그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분당까지 됐지 않나.”



-당내에서는 호남이 내년 대선에선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런 인식 자체가 얼마나 천박한가. 그분들이 우리 보호자인가.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쳐도 항상 감싸주고, 어려운 걸 다 해결해주는 보호자인가. 정치집단으로서 기본 예의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분들이 무엇을 불신하는지 다 살펴봐야 한다.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오해 인지, 우리가 호남에서 기득권 세력이었는데 그러한 안주하는 모습에 대한 비토인지, 이 수준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려우니 다른 그림을 내놓으라는 채찍질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당선인의 판단은.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압승을 안겨주고, 수도권에서는 우리 쪽 후보를 찍은 것 아닌가. 얼마나 눈물겨운 선택인가. 야권에 새 희망을 만들어야겠고, 집권세력을 심판해야겠고, 그런데 더민주 현재 모습만을 가지고는 안된다는 판단이 다 섞인 결과가 아닌가. 얼마나 무서운 민심인가.”



-그렇다면 더민주는 호남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김종인 대표든, 문 전 대표든 누구든지 진정성 있게 호남에 가서 ‘여러분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우리가 정말 반성의 계기로 삼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해야한다. 솔직히 아까운 사람도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이들도 다 우리의 정치적 자원 아닌가.”



-문 전 대표의 ‘광주 선언’은 어떻게 봐야 하나.

“전후 맥락을 모르니 제가 섣불리 논평하기에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지금 우리 당에 주어진 본질은 문 전 대표의 발언의 타당성을 따지는 논쟁으로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분당 국면에서 나는 ‘문재인만으로 안되지만, 문재인을 빼고도 안된다’고 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하는 사고방식에 빠져 있어야 하는가. 이 수준을 넘어서자는 얘기다. (문 전 대표가) 정치 지도자이니 자신의 발언에 대해 수습하고 책임지는 기회를 줘야 되는 것 아닌가. 다만 문 전 대표가 단순한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인만큼 발언에 조금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고민 수준을 달리 하자.”



-새로운 지도부는 어떻게 뽑는 것이 옳다고 보나

“지금 우리 당이 당 대표를 뽑아서, 경선을 통해 활력이 살아날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쨌든 야권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되는 길을 찾느냐 마느냐에 관심이 있다. 전당대회도 그런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다. 물론 차세대 지도자가 성장하고 커나올 수 있는 계기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보다는 오히려 야권에 주어진 기회를 통해 우리 내부의 통합과 합의 수준을 높이고 야권 전체가 어떻게든 좋은 … 국민들이 권력에 채찍을 쳐준데 감사할 일이지만, 이 정도의 합의수준과 이 정도의 인식 수준으로 국가를 맡겨 달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이런 것에 대한 그림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또 어느 계파가 누구를 밀고 하는 모습을 보이면 끝이다.”



-내년 대선 전 야권통합이 가능한가.

“지금 당장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양쪽의 합의나 신뢰 수준을 자꾸 높여가자는 것이다. 우리 두 야당이 지금 여소야대라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야당이 주도해서 입법권을 행사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이건 엄청난 것이다. 친여 무소속 의원 몇 사람이 여당에 복귀한다고 여소야대의 틀이 바뀌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민이 기회를 줬으니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총선 국면에서 상호 신뢰를 많이 잃었는데.

“2012년 대선 때는 양쪽이 정치색이 달랐다. 안 대표는 사회적 현상을 먹고 크신 분이고, 문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갖고 계셨다. 지금은 그보다 국민들의 단일화 요구가 훨씬 강력할 것이다. 그러니까 두 진영이 두 지도자만 믿고 게속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 전 단계에서 앞으로 법인이나 정책 등을 협상할 때 양당이 같이 해야 할 것이 제법 많다. 그러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럴 거면 왜 굳이 따로 해야 하는가’라는 내부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국민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런 관점에서 낙관한다.”



-당선인은 야권 통합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양쪽이 신뢰를 회복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쪽에서 신뢰를 잃지 않은 상황이고, 그렇다고 제가 계파 이익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지도 않을 것 아닌가. 그렇다보면 제 역할이 더 생길 것이라고 본다. 내가 답답한 것은 김종인 대표를 모시고 올 정도의 그런 파격적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었다면 왜 안 대표를 놓쳤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가 중요하지,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아.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토론에 들어가면 국민들은 어디에 더 동의를 하겠나. 그런 틀을 만들려면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치열하게 민주적 토론을 하고 결론을 내고 결과에 승복하는 그런 성숙한 모습을 자꾸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하면 원내대표나 당 대표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의원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특정) 포지션을 가지면 이런 자유스런 발언권이 없어지지 않겠나. 강경파도 온건파도 책임 있게 주장을 하고 서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그렇게 한 두 사안이 자꾸 쌓이다보면 자기 책임감이 쌓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자는 말이다.”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데.

“대구 시민들의 기대는 31년 만에 야당 야당 의원 하나 탄생시켰으니 대구 사회의 구체적인 긴장과 경쟁, 변화에 대한 징표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런 것도 없는데 제가 대권 운운하면 나는 뿌리가 없는 정치인이 된다. 어느 날 우연히 거기서 자리 잡았다가 또 날아가는 그런 나비 같은 그런 정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총선 결과는 나 혼자 잘나서 된 게 아니다. 대구 시민들의 변화는 기대감으로 생긴 것이다. 대구 시민들의 기대감을 뻔히 아는데, 나 혼자, 나의 정치적 야심 이야기만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제가 이렇게 까불어버리면 앞으로 새로 야당을 통해 대구에서 정치해보겠다는 자원이 안모이게 된다. 저는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제가 우리나이로 환갑 나이가 됐는데, 실험하듯 할 수는 없어. 제가 그렇게 책임 있는 행보를 해줘야 후배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대구 시민들이 대권 출마를 원한다면 어떻게 하나.

“지금은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아직 야당과 야당 인사에 대해 그 정도 마음을 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구 시민들은 계속 저의 다음 행보를 계속 지켜볼 것이다.“



-지역구가 멀다. 앞으로 어떻게 하나. 대구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허허허. 부지런히 해야지. 좀 우스운 얘긴데 얼마나 불신이 쌓였느냐 하면 선거 다음날부터 인사를 다니는데 ‘서울 언제 올라가요? 자주 내려오세요’라고 한다. 대구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 되면 서울 가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 집이 있는데, 어디 갑니까, 회기 되면 올라갔다 내려오고 해야죠’라고 하고 있다. 이 분들에게 그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그것부터 풀어야 한다. 그리고 대구 시민들께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여러분들의 눈물겨운 격려와 사랑을 받고 여기까지 왔다. 결코 여러분들이 저를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도록 하겠다. 제 스스로가 강조했듯이 대구의 변화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고 싶다. 그런 정치를 해보겠다. 좀 쉽게 표현하면 밥값을 한 번 해보겠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