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민의수용하되 개혁과제는 중단없이 추진

입력 2016-04-18 16:28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밝힌 총선 이후 첫 메시지는 민의(民意)를 수용하고 정치권, 특히 야당과 협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원칙론’ 차원에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동안 ‘심판론’을 거듭 거론하면서 국회를 압박해온 기존의 대(對) 정치권 인식에서 벗어나 협력의 대상으로서 국회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 이름 아래 강공 일변도로 국회를 압박해온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조금이나마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엔 곧 출범하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3당 체제로 지각변동을 한 만큼 남은 임기엔 야권과의 협력 없이는 국정과제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민의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일각에선 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향후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는 언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 언급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는 부분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앞으로 국회와의 협력에 대한 많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민의 수용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박근혜정부의 상징적 국정과제인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이른바 4대 분야 구조개혁에 대해선 ‘중단없는 추진’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 모두발언을 통해 “개혁은 중단되지 않아야 한다” “민생 안정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구조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등 표현도 여러 차례 사용했다.

또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이를 이루기 위한 노동개혁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법안 역시 임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확고한 뜻도 다시 한번 내비쳤다. 이들 개혁과제 추진의 방법론에는 일정부분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개혁과제의 철저한 이행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계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손놓고 있다가는 저성장의 소용돌이에 같이 빨려 들어갈 수 있다”며 “최근 신용평가기관들도 선거 때문에 구조개혁이 지연될 경우 우리나라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의지가 분명하다. 따라서 향후 이들 법안의 재추진 과정에서 다시 한번 야권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시 한번 현 상황이 경제 위기이자 안보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선 “안보와 남북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고립 회피와 체제 결속을 위해 어떤 돌발적 도발을 감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이에 대한 우리 내부의 대비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을 시작하면서 바로 선거 결과를 거론했다. 박 대통령이 회의를 시작하면서 언급한 첫 마디는 “지난주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문장이었다.

녹색 재킷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평소와 달리 짧았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 시간은 6분가량이었다. 평소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시간이 10분을 훌쩍 넘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 그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속도 역시 평소보다 빨랐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20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직접 언급한 메시지 분량은 43초 가량이었다. 표정 역시 평소에 비해 다소 무거웠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